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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의연과 윤미향 사태에 대한 정대협 1세대 선배들 입장문 발표

기사승인 2020.05.21  20: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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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효재, 윤정옥 교수 등 12명, "30년 활동…근거 없는 비판과 매도 도움 안돼 "

정대협 활동을 이은 정의기억연대의 역사는 합쳐 30 성상을 기록하고 있다. 시민운동들이 출범하고 오래지 않아 사라지는 경우가 많은데, 30년의 역사를 가졌다는 것은 운동의 명분이 분명했다는 것을 말해준다. 뿐만 아니라 거기에 관계한 활동가들의 헌신성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런데 최근 정대협-정의연의 운동성까지 폄훼하는 듯한 양상을 띠고 있어 뜻있는 사람들이 안타까와 하고 있다. 정대협 운동 1세대라고 할 수 있는 이효재 윤정옥 교수 들이 최근 일련의 사태에 대해 생각을 모아 입장을 5월 20일 수요 집회 현장에서 발표했다. 다음은 이날 발표된 입장문 전문이다. 

[초기 정대협 선배들의 입장문]   

저희는 1990년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설립을 준비하고 이후 대표로, 실행위원으로 활동에 힘을 모았던 사람들입니다. 이미 할머니가 되어버린 피해자들을 한 분 한 분 찾아내면서 저희는 가슴이 메어 주체하기 힘들었습니다.

50여년이나 숨죽여 살아온 이 할머니들을 만나는 것은 우리 사회가 외면해온 우리의 역사를 마주하는 일이었습니다. 할머니와 저희 활동가, 연구자들은 한 덩어리가 되어 울고 웃으며, 그렇게 한국의 역사를 새로 써나갔습니다. 

문서를 찾고 할머니들의 증언을 채록하는 역사 발굴 작업은 시작부터 국제적인 활동이 되었습니다. 한국과 일본을 넘어, 중국과 대만, 필리핀, 네덜란드까지 엄청난 수의 피해자가 존재한다는 사실과, 할머니들의 피해와 50여 년 간의 침묵에 전 세계의 갈등과 냉전이 작용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피해자는 이 거대한 메커니즘의 희생자입니다. 그리고 피해자 뿐 아니라 여성인권과 평화가 위협받는 세계 모든 시민들이 희생자라는 자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피해자의 대부분이 사망한 지금도 이 운동이 계속되고 있는 이유입니다. 오늘의 정대협 운동은 이렇게 긴 시간 여러 지역에서 피해자와 활동가, 연구자가 함께 켜켜이 쌓아온 것입니다.

최근 윤미향 정의연 전 이사장을 둘러싼 보도가 저희를 황망하고 침울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는 정대협 설립 시에 간사로 시작하여 사무총장, 대표직까지 오직 정대협 운동에 일생을 헌신한 사람입니다. 저희들은 이제 활동의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후배들의 연구와 운동에서 관심을 놓은 적이 없습니다.

만약에 문제가 있다면 어찌 윤미향 개인에게 국한된 것이겠습니까. 저희 초기 활동가, 연구자들 모두에게 책임이 있으며, 그것은 정대협 30년의 역사와, 정대협과 연대한 아시아 및 세계의 여성인권과 평화운동의 문제가 될 것입니다. 언론에서 연일 제기하고 있는 문제들 중 다음의 몇 가지 문제에 관하여 저희들의 생각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첫째, 할머니들은 단지 수동적인 피해자로 머물지 않고 활발한 인권운동가가 되었습니다. 정대협 운동이 전 세계 여성인권운동의 모델이 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정대협의 재정이 피해자 생활지원에 전부 쓰이지 않았다는 비판은 할머니들을 오히려 서운하게 할 것입니다. 처음부터 피해자와 활동가는 함께 운동했습니다. 수요시위는 할머니와 활동가가 시민들과 만나는 장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지금 함께 아프리카, 아시아의 분쟁지역의 여성 피해자들을 위해 일하고 있으며, 피해자들의 아픔을 기록하고 전시하는 일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모든 일이 피해자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우리의 역사가 바로 세워지지 않으면, 세계에 전쟁과 여성인권 침해가 끊어지지 않는다면, 피해자들이 깊은 침묵의 터널을 뚫고 우리 앞에 나선 보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둘째, 이미 운동가가 된 피해자와 함께 꾸려온 정대협에서, 2015년 12월 28일 한일 외교장관 합의의 정보를 활동가가 독점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화해치유재단의 피해자 지원금을 정대협이 받지 못하게 했다는 것도 사실이 아닙니다. 저희는 일본정부가 1994년 8월에 발표한 국민기금을 정대협이 못 받게 했다는 비판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법적 배상의 회피를 위해 만들어진 국민기금을 둘러싸고 한국과 일본, 대만, 필리핀의 활동가, 피해자들 사이에 매우 심각한 논쟁이 있었습니다.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했습니다.

그러나 피해자들에게 받지 말라고 종용했다는 것은 일말의 진실도 없는 왜곡입니다. 2015년 12·28 합의 문제에서도 이러한 왜곡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 합의로 인하여 우리 정부는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 위안부 관련 발언을 중단했고, 철거 위험에 봉착한 평화의 소녀상을 지키려고 어린 학생들이 추운 겨울 거리에서 밤을 지새웠습니다. 심사가 다 끝난 연구비가 정부조치로 철회되고, 위안부기록물 유네스코 등재사업이 중단되는 일도 생겼습니다.

그때의 부정의한 상황과 좌절감을 저희들 모두 잊을 수 없습니다. 그 와중에 할머니들께 지원금을 받지 말라는 원칙에 어긋난 행태를 정대협이 어떻게 했겠습니까. 오히려 일본정부가 지원금 수령을 둘러싸고 피해자들 간에 긴장과 반목을 일으킨 2차 가해를 저지른 것입니다. 그 엄중한 책임을 정대협에게 돌리는 일을 왜 우리 사회에서 하고 있습니까. 

셋째, 너무도 힘이 들어 보고 있을 수 없는 회계 문제입니다. 저희는 김학순 할머니의 첫 신고를 교회여성연합회 사무실에서 받았습니다. 그 후 정대협 실행위원 가족의 사무실에서 신고를 받고 활동을 했습니다. 그 후로도 아현동, 장충동, 서대문, 종로5가 등지로 이사를 다녔습니다. 재정이 궁핍해서였습니다. 냉난방과 통풍이 제대로 되지 않는 사무실에서 총무와 간사 두 사람이 밤늦게까지 일했습니다.

최근에서야 형편이 비교적 나아졌지만, 결코 재정을 방만하게 운영할 수는 없었습니다. 한 단체가 일본정부와 한국정부, 국제사회 모두를 대상으로 활동하면서 피해자지원과 수요시위 등 모든 일을 감당해야 하는 현재도 상근 활동가는 여덟 명뿐입니다. 부족한 인원으로 회계정리에 빈틈이 생길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정대협의 긴 활동 중 회계부정이라는 생경한 상황에 접해본 적은 단한 번도 없었으며, 정의연에서도 회계부정은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저희는 확신합니다.

많은 시민들의 지지와 응원 속에서 이어왔던 단체이며 활동이기에 정의연은 외부 회계기관으로부터 투명한 검증을 받기로 결정했습니다. 그 절차는 신속하게 진행될 것이니, 부디 조금만 기다려주시기 바랍니다. 

제발 피해자 인권과 30년 정대협 활동을 생각해주시기 바랍니다. 이제 세계에서 여성인권과 평화에 관하여 리더십을 갖기 시작한 한국의 국제적 위상도 고려해주십시오. 잘못된 점이 있다면 바로잡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근거 없는 비판과 매도는 그 어떤 도움도 되지 않습니다. 정대협 설립부터 온 마음을 다해 연구와 활동을 해온 저희들이 뜻을 모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2020년 5월 20일

정대협을 만든 사람들

윤정옥, 이효재, 김혜원, 김윤옥, 지은희, 안상님, 유춘자, 신혜수, 정숙자, 한국염, 정진성, 권희순

정대협을 만든 사람들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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