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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도] 당신의 고귀한 인술은 파랑새 되어 훨훨 하늘로-고 허영구 원장을 추도함

기사승인 2020.04.04  21: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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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철학박사)

세상은 하 수상해도 계절은 어김없이 오고 갑니다. 코로나19가 온통 사회를 어지럽히고 있는데도 꽃은 피고 아침저녁으로 새들은 평상시와 마찬가지로 지저댑니다. 이런 자연의 모습이 서운하지만 또 한편 고맙기 그지없습니다.

오늘 이 시간만큼은 자연도 생물도 잠시 움직임을 멈춰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허영구 원장님 때문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쓰러져 가는 생명을 살리려다 허 원장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런 경우를 살신성인이라 한다지요?

의사는 이런 숙명을 갖고 일에 임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사명이라 그럴까 아니면 소명이라 그럴까? 생명을 살리는 일은 늘 죽음과 짝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번 코로나19와 같은 염병엔 의사의 목숨도 예외가 될 수 없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자원해 현장으로 달려간 의료진들은 정녕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를 마음에 품고 실천하는 양심들입니다. 이번 코로나19의 시련과 고통이 이 정도로 잦아들 수 있었던 공의 많은 부분은 의료진들에게 돌아가야 마땅합니다.

인술(仁術)을 많이 얘기합니다. 어진 의술(醫術)을 가리키는 것이겠지요. 몸을 고치는 기술보다 환자를 다루는 마음의 자비에 더 비중을 둔 용어입니다. 허 원장이 경북 경산에서 개인병원을 운영하면서 얻은 별칭이 '자상한 의사 선생님'이었습니다.

부유한 환자라고 후대하지 않고 가난한 환자라고 꺼려하지 않았습니다. 대구ㆍ경북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창궐해 경계의 생활이 요구될 때에도 허 원장은 찾아오는 환자를 구별하지 않았습니다. 코로나19 의심환자도 두 번씩이나 받아 치료의 끈을 놓지 않았지요.

의심 환자 두 명은 확진 진단을 받았고, 그들을 돌본 허 원장도 결국 감염되고 말았습니다. 입원한 병원에서도 최선을 다 했습니다만 꺼져 가는 생명을 되돌릴 수 없었습니다. 코로나19가 이렇게 무서운 바이러스라는 것만 일깨워 주고서 말입니다.

오늘(4월 4일)로 전국 코로나19 사망자가 177명으로 집계되어 있더군요. 그 중 의료진으로는 허 원장이 첫 희생자가 됩니다. 물론 그가 코로나19 거점병원과 선별진료소 근무 중 감염된 것은 아닙니다. 개인병원에서 환자를 돌보다가 세상을 뜨게 되셨습니다.

숭고한 뜻이 그대로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허 원장의 예기치 않은 죽음은 많은 것을 깨닫게 합니다. 이웃과 사회를 위하는 삶이란 어떤 것인가, 퇴색되어 가는 인술의 참 의미가 무엇인가, 코로나19 치료에 자원해서 일하고 있는 의료진에 대한 소홀함은 없었는가도 되짚어봐야 할 문제입니다.

코로나19 진료를 하거나 돕다가 감염된 의료진이 무려 121명이나 된다는 군요. 관계 당국은 이들의 치료에 최선을 다 해야 합니다. 이분들에게 한 치의 서운함도 없도록 조치하여야 할 것입니다. 모든 이들이 하기를 꺼려하는 일을 자원해서 한 분들이어서 더욱 그렇습니다.

유명을 달리하신 허영구 원장님은 우리 김천 출신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슬픔이 배가되는 이유입니다.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다가 희생된 우리나라 첫 의사가 됩니다. 국가는 허 원장의 거룩한 뜻을 기려서 의사자 선정 등 최대한의 예우를 해야 될 줄로 압니다.

이명재 목사(본 신문 발행인, Ph. D)

이것이 사랑하는 남편, 존경하는 아버지를 잃은 유족들에게 작은 위안이 될 것입니다. 한 번 죽는 것은 하나님이 정하신 법칙입니다. 누구든 예외가 되지 않습니다. 남은 자에게 살신성인의 모범을 보여주신 허영구 원장, 허 원장님의 천국 안식을 빕니다.

이명재 lmj2284@hanmail.net

<저작권자 © 김천일보 김천iTV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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