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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정어린의 '사월의 명령'

기사승인 2020.04.04  12:3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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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어린(시인, 총신대 교수)

           사월의 명령

                           詩 정어린

사월이 바람결에 달려왔다.
눈길을 지나 얼음장을 가르고
달빛미소와 별빛눈망울을 지닌 우주생명의 전령ᆢ
찌든 피부에 달빛 생기가 
멍든 가슴에 별빛 활기가
스르르 스며들다 ᆢ
사르르 삶이 된다.

문밖에 선 그대ㅡ사월을 기다렸구나ᆢ!
화원을 걷는 그대ㅡ 봄을 가졌구나ᆢ!!
시방은 살아 있음이 축복이라ᆢ
살풋한 꽃향기는 살갑기만 하고
풀섶 딩구는 새들은 살판났다.
온 천지가 살아나는 사월을 사랑하지 않을 자 누구랴 !
사랑받지 못할 자 누구랴 !
사월의 이름으로 명하노니
온통 사랑하라 !
사월처럼 뜨겁게ᆢ
온전히 사랑하라!
사월이 가기 전에ᆢ

* 시 제목이 '사월의 명령'이다. 둘째 연 마지막에 그 명령의 내용이 나온다. 그러니까 글의 형식이 '기-승-전-사랑'이다. 시인은 4월을 오묘한 달로 보고 있다. 우주의 대 자연과 사람이 교차해서 호흡하는... 시인에게 4월은 목표의 달이기도 하다. 춥디 추운 겨울의 터널을 지나 온기와 만나는... 그 온기가 바로 사랑이다.
'4월' 하면 언뜻 떠 오르는 게 있다. 4월을 영어로 April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Aphrodite)에서 왔다고 한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의 계절 4월은 자연을 아름답게 장식하는 달이다. 영국의 시인 엘리엇(T. S. Eliot)이 쓴 시 '황무지'에서 4월을 '잔인한 달'이라고 했지만 시인의 반어법적 표현이라는 건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허나 2014년 4월을 되돌아 보면 이 달이 우리에겐 직유의 수사법이 된다. 그 해 4월 16일은 세월호 침몰 사건으로 인해 우리에게 참으로 고통스런 달, 잔인한 달이지 않았던가. 정 시인은 이 시에서 삶의 희로애락을 4월에 담아내자고 권유하고 있다. 사랑은 모든 것을 녹이는 용광로이다. 4월의 사랑은 그래서 더 진하게 피어난다(耳穆).

편집부 gcilbonews@daum.net

<저작권자 © 김천일보 김천iTV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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