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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시평] 더불어공산당과 몰상식

기사승인 2020.03.24  23:3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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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철학박사)

이명재 목사(본 신문 발행인, Ph. D)

TK(대구•경북)에서 어느 당이 여당인가? 이런 질문을 받으면 즉답이 잘 나오지 않는다. 집권당이 여당이고 대통령을 배출한 당이 여당이긴 한데 대구ㆍ경북에서는 좀 달리 생각해야 한다. 중앙 정부의 대통령은 분명 더불어민주당 소속 문재인인데, 지역의 대통령으로 일컫는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는 제1 야당인 미래통합당(⟵자유한국당) 소속이다.

얼마 전 제주지사 원희룡이 야당인 미래통합당에 입당하기 전에는 전국 17개 광역 단체 중에서 TK만 그 수장이 야당이었다. 유일이 아니라 유이(唯二)라고나 할까. 광역 단체장뿐 아니라 기초 단체장, 광역 의원, 기초의원에 지역 국회의원들까지 미래통합당 일색이다. 상징색인 핑크빛으로 TK를 물들이고 있다.

이렇다 보니 여당은 이름뿐이고 제1야당이 여당 노릇을 하며 사람들로부터 대접을 받는다. 지역 사람들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싫어하고, 미래통합당을 지지하는 흐름은 가히 절대적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거기엔 세계관도 논리도 소용없다. 무조건 미래통합당(직전 이름은 자유한국당)이다.

미래통합당이 아니면 모두 이상하게 본다. 민주주의라는 게 다양한 정치집단이 모여 논의과정을 거쳐서 결론을 만들어내는 시스템 아닌가. 그런데도 TK 사람들은 미래통합당이 아니면 정당으로 인정해 주지 않으려는 분위기이다. 그것보다 더 심한 것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북한의 김정은과 연결시키고 더 쉽게는 공산당으로 매도해 버린다.

냉전논리와 지역주의의 병폐가 그대로 남아 있는 셈이다. '우리가 남이가'의 심정이 지배하고 있다. 진보 또는 개혁 정당이 발붙이기가 TK만큼 힘든 지역도 없다. 진보 정치를 표방하며 짧지 않은 기간 지역에서 활동해 온 한 정치인은 일제시대 독립운동을 하는 자세가 아니면 버티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씁쓸하게 웃음 짓는다.

이런 습성을 증명이라도 하듯 한 사건이 어제(3월 23일) 있었다. 당한 당사자는 '사건'은 무슨 사건이냐며 펄쩍 뛰겠지만 옆에서 전후 사정을 들은 내가 보기에는 하나의 사건이었다.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이 21대 총선에 구미을 선거구에 출사표를 던졌다. 비례대표 초선으로 첫 지역구 출마가 되는 셈이다.

김 의원의 부인이자 현 경북도의원인 임미애가 구미의 한 음식점에 식사를 하러 갔다. 왜 그런 것 있지 않은가. 가족 중 한 사람이 공직 선거에 출마하면 가족은 말할 것 없고 일가친척들까지 모두 선거 운동원이 되는 것 말이다. 임미애도 그랬다. 옆 테이블에 앉아 있는 손님들에게 남편 명함을 전하며 인사했다.

"이번 총선에 구미로 출마하는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후보 안사람입니다. 대신 인사드립니다."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그리고 그 대답에 걸 맞는 행동이 이어졌다. 60대 초반의 남성이었다.

"어, 더불어공산당 김현권?..."

바로 이어, 받은 명함을 박박 찢더라는 것이다. 부인 임미애는 “수없이 겪는 일이어서 놀라지도 분하지도 않다. 단지 이런 미망이 언제나 사라질지...”라며 한숨 지었다.

찢긴 명함을 다시 받아 임미애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이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자 축제가 되어야 한다고들 말한다. 축제는 자기감정을 조절해 가며 즐기는 공동체적 행사이다. 상대방을 존중하고 받아들이는 자세가 전제되어야 한다. 위에 김현권의 부인이 음식점에서 겪은 일을 소개했다. 이런 모습을 보고 과연 민주주의의 꽃, 축제 운운 할 수 있을까. 사즉생(死即生)의 전장(戰場)으로 나가는 모습이 연상되지 않는가.

여야를 일컬어 흔히 국정의 양대 축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정치의 동반자 또는 파트너란 표현을 쓰기도 한다. 불행하게도 지금 우리의 정치 풍토는 그렇지 못하다. 승리 아니면 패배가 있을 뿐이다. 다른 여지가 없다. 유권자들도 이런 분위기를 따라간다. 여기에 지역주의까지 결합하면 전쟁터처럼 구별지(區別肢)는 피아(被我)밖에 없다. 아군 아니면 다 적이다.

아직까지도 힘을 발휘하는 것이 하나 있다. 이념 공세다. 좌파, 빨갱이, 종북, 김정은 하수인 등등의 어휘들이 횡행한다. 우리는 지난 세기 남북전쟁이라는 동족상잔을 경험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데올로기를 매개로 한 공격에는 속수무책이 된다. 과거 정권에서는 이 점을 이용해서 선거 때면 북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선거의 흐름을 확 바꾸는데 유용했다.

얼마 전 한 모임에 참석해서 겪은 일이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어서 조를 나누고 토론의 자리를 마련했다. 5개 조로 나눠 토론한 내용을 회중 앞에 나아가 발표를 하라고 했다. 조 이름이 필요했다. ‘해피 투게더’, ‘행복 김천’에 이어 한 젊은이가 ‘김천과 더불어’라는 조 이름을 제안했다. 대부분 수긍하며 결정하려 할 때였다.

나이 지긋한 분이 절대 안 된다는 것이다. 공산주의 용어이기 때문이란 이유를 댔다. ‘더불어’는 북한 사람들이 즐겨 쓰는 용어이기 때문에 안 된단다. 더욱이 북한의 김일성 회고록 이름이 <세기와 더불어>인데 거기서 차용한 것으로 오해받기 쉽기 때문에 절대 불가라고 했다. 아름다운 우리말을 죄다 북한과 연결지어 생각하다니…. 안쓰럽게 보였다.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후보의 아내가 명함을 전하자 '어, 더불어공산당?...' 하며 명함을 찢은 사람도 이념의 늪에 빠져 있는 사람이다. 인성과 상식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람이다. 문제는 내 주위만 해도 이런 사람이 한 둘이 아니다. 몰상식한 사람들이다. 구각은 깨트려야 새 것이 돋아난다. 그런 날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이명재 lmj2284@hanmail.net

<저작권자 © 김천일보 김천iTV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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