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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문정일의 『성경한자 용어사전』

기사승인 2020.01.24  10:4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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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철학박사)

문정일 편저 『성경한자 용어사전』(두란노, 2019년 4월 출판)

하나님의 뜻을 보다 선명하게 알게 하는 책

서평을 청탁 받고 이렇게 마음 졸이기는 처음이다. 후회막급하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하나는 천학비재(淺學非才)한 사람이어서 서평을 쓸 자격이 안 되기 때문이요, 두 번째는 '사전'은 나 나름대로 서평의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서평을 부탁 받은 책은 자그마치 615쪽에 이르는 두꺼운 책이다. 이런 부피에다 '성경한자 용어사전'이라고 했으니 서평의 어려움을 과히 짐작할 수 있으리라. 그런데도 선뜻 서평 쓰기를 승낙한 것은 성경에 나오는 한자(漢字)가 계속 나의 관심 영역 안에 머물러 있었던 탓이 컸다.

내가 처음 가진 성경은 대한성서공회 발행 <貫珠 聖經全書> 簡易國漢文 한글판이었다. 학생 시절부터 이 성경을 보면서 한글 토 없이 나오는 한자에 관심을 갖고 주의해서 읽어왔다. 언제 시간이 허락되면 성경에 나오는 한자를 책별로 정리할 꿈을 죽 지니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영문학자 문정일 교수가 그 작업을 끝내고 『성경한자 용어사전』(두란노)이란 이름의 책으로 내놓은 것을 알았다. 꼭 필요한 책을 출판한 데 대해 먼저 축하를 드리고 싶다. 학문간 연계 작업 내지 연구가 필요함에도 잘 되지 않는 것이 그동안 우리의 풍토였다.

이런 출판에 대해 한글 전용의 대세를 거스르는 일이라고 말할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학문은 진리 탐구의 영역이기 때문에 국경을 초월해 있을 뿐 아니라 민족 너머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하나님은 광대무변(廣大無邊)하신 분이기 때문에 보다 잘 그리고 쉽게 다가가기 위해 가능한 모든 방법들이 동원되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성경에 나오는 한자를 적확하게 익히는 일은 중요하다. 잘 알다시피 성경이 우리나라에 들어 올 때 한자에 한글 토를 단 형태였다. 이수정 역 현토본(懸吐本), 유성준의 국한문 성경 등 한자로 된 성경을 읽고 배웠다. 지금도 가끔 놀라는 것은 초기 성경 번역자들이 어떻게 저렇게 오묘한 단어를 찾아 번역할 수 있었을까 하는 것이다.

우리말의 70% 이상이 한자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또 순수한 우리말은 표음문자(소리글자)인데 비해 한자는 표의문자(뜻글자)이다. 언어의 기능이 정확한 뜻을 전달하는 데 있는 것이라면 뜻글자가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한자는 익혀두면 오랫동안 기억하기에 좋은 문자이다.

소리는 같은데 뜻이 다른 글자는 한자를 병기해 익히는 게 좋다. 가령 본서 403쪽에 나오는 ‘정’ 항목에는 각기 다른 뜻을 가진 한자어 여섯 개가 나온다. ‘情’(느끼어 일어나는 마음), ‘釘’(돌을 쪼는 공구), ‘庭’(성전의 뜰), ‘定’(결정함), ‘淨’(맑고 깨끗함), ‘頂’(정수리)이 그것인데, 한글로만 표기해 놓는다면 그만큼 이해가 더딜 수밖에 없다.

이런 점을 고려하여 문정일 교수가 이번에 '성경한자 용어사전'을 펴낸 것이다. 이렇게도 생각할 수가 있다. 이 방면의 전공자(漢文學者) 중에서도 오랜 이력을 가진 사람이 이런 책을 내야 권위가 있고 따라서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찾게 된다고... . 그럴 수 있다. 그러나 곰곰 생각해 보면 문정일 교수만큼 이런 유의 책을 쓰는 데 유리한 분도 없지 않나 싶다.

문정일 교수는 영문학자이다. 오랜 시간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영어영문학을 가르쳤다. 뿐만 아니라 한문에 대한 조예도 깊다. 그는 한자1급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는 실력자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교회 장로로 오랜 기간 신앙생활을 해 온 신실한 그리스도인이다. 삼박자의 전문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성경한자 용어사전』을 저술할 적임자라는 것을 말해 준다.

이 책에서 단어의 내용 배열은 이렇다. 단어(한글), 한자, 관련 성경 구절, 단어의 뜻풀이, 한자의 뜻과 음, NIV 영어 성경 관련 구절, 그 문장 한글 번역문 등이다. 하나의 예를 들면, '촌락 村落(레 25:31) 시골 작은 마을. 村-마을 촌 / 落-떨어질(마을) 락(낙). [NIV] houses in villages without walls around them 성벽이 둘리지 아니한 촌락의 가옥은.'(475쪽).

독자를 세심하게 배려한 정성이 엿보인다. '落'의 일차적 뜻은 '떨어질'이지만 부차적 의미가 '마을'도 된다는 것, 그리고 대표 훈이 '락'이지만 두음법칙이 적용될 땐 '낙'으로도 쓰이기 때문에 괄호 안에 그것을 병기해 주고 있다. 아무나 쓸 수 있는 책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언어에 두루 능통한 자의 작품임을 쉽게 알 수 있다.

문 교수가 언어학자로서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는 점은 다음에서도 알 수 있다. 우리말 노여움이 한자 怒焰에서(106쪽), 맹세가 盟誓에서(138쪽), 동무가 同侔에서 왔다는 것을 이 사전을 통해 알았다. 또 담요로 쓰되 담뇨로 발음한다는 것(113쪽), 대수(代數)는 댓수로 발음하고(119쪽), 봉사를 성경에서는 奉事로 표기하는데 오늘날은 奉仕로 표기하고 있다는 것 등은 언어학자가 아니면 발견하기 어려운 내용이다.

이 사전의 장점 중 하나는 필요한 곳에는 [편주]를 달아서 보다 적당한 번역을 독자로 하여금 선택하게 했다는 점이다. 가령 41쪽에 등재되어 있는 '겁간(怯姦)코자'는 개역성경에서 한 번역인데, [편주]에 개역개정판의 번역 '동침(同寢)하고자'를 함께 올려서 어떤 것이 원 뜻에 더 가까운 지 살필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려하고 있다. '급간'은 강제성이 있고, '동침'은 자의성이 있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

이 책에는 성경에 나오는 한자를 거의 망라하고 있다. 4,500 여 개가 된다고 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문 교수는 젊은 시절부터 성경에 나오는 한자에 관심을 갖고 꾸준히 연구해 왔던 것 같다. 그러다가 본격적으로 작업에 착수하기는 2005년 대학을 정년퇴직하고 나서였다고 한다. 금아(琴兒) 선생은 수필을 중년(中年)의 글이라고 했지만 ‘성경한자 용어사전’이야말로 장년 이후에 착수해서 완성해야 제격인 책이 아닐까 싶다.

이 사전은 수록 한자 단어를 가나다 순으로 배열하여 처리하고 있다. 대부분의 한자 단어가 망라되어 있다고 했다. 그러나 들어가야 할 것들이 빠진 경우도 없지 않은데, 가령  채소(菜蔬, 창 1:18), 염려(念慮, 마7:25), 번역(繙譯, 마1:23), 약속(約束, 히4:1), 사막(砂漠, 렘51:43), 교회(敎會, 딤전3:15), 육신(肉身, 요1:14), 우편(右便, 왕상7:39), 복음(福音, 롬1:1), 천국(天國, 마13:44), 천사(天使, 눅 2:10), 십자가(十字架, 갈 6:14), 화평(和平, 시35:20), 소식(消息, 사23:5), 부인(否認, 요18:25), 보증(保證, 엡1:14), 유익(有益, 사30:5) 등의 단어를 들 수 있겠다. 어떤 기준으로 취사선택(取捨選擇)을 했는지 알려주면 좋았을 것이다.

특별히 부언하고 싶은 것은 부록이다. 성경을 읽을 때 필요하지만 잊지 않고 기억해내기도 애매한 것들을 15개 항목으로 나누어 싣고 있다. 성경에 나오는 헷갈리는 동음이의어, 이스라엘의 사사들, 남북 이스라엘의 역대 왕들, 중량ㆍ길이ㆍ부피ㆍ화폐의 단위와 이스라엘의 절기 등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깔끔하게 정리해 놓았다. 필요할 때 수시로 찾아볼 수 있도록 정리해 놓았다. 사전의 가치를 높이고 있다.

『성경한자 용어사전』은 특정 연령층을 타깃(target)으로 만든 책이 아니다. 3개 국어(한글, 한자, 영어)를 동원해서 입체적으로 용어를 설명해 주고 있기 때문에 전 연령층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라고 보는 게 옳다. 한자(漢字)에 취약한 젊은 사람들에겐 한자 공부용으로, 또 영어가 달리는 노년층에게는 영어를 익히기 위해서 이 책이 필요하다. 성경 관련 용어를 3개 국어로 연결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이해의 폭이 넓을 뿐 아니라 빠르다.

성경을 더 깊이 알기 위해 라틴어 사전과 헬라어 사전을 대조하며 공부해야 한다. 원어를 공부한다는 것은 뜻을 정확히 알고 싶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그때 라틴어 사전으로는 Simpson의 Cassell's Standard Latin Dictionary, 또 헬라어 사전은 Danker의 The Concise Greek-English Lexicon of the New를 즐겨 본다. 한자 문화권에 속하는 우리가 말씀을 정확히 알고자 할 때 이번에 출판된 문정일 교수의 『성경한자 용어사전』을 애용하면 좋을 것이다.

성경은 언어의 보고(寶庫)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성경을 보면서 어휘력을 익히고 확대했다. 한자(漢字)로 된 단어를 읽고 쓰면서 단어 공부하는 재미를 경험했다. 고 문익환 목사도 가톨릭과 개신교가 공동 번역한 『공동번역성서』 구약 중 시편을 맡았는데, 시편을 번역하고 나니 시인이 되어 있었다는 말을 했다. 언어의 풍성함을 웅변하는 말이다. 『성경한자 용어사전』은 개역의 한자를 개역개정으로 함께 풀어 정리해 놓음으로써 이해를 돕고 있는 것도 한 특장(特長)이다.

보완의 의미에서 몇 가지 지적함으로써 서평의 임무를 마치려 한다. 첫째, 단어의 뜻을 풀이하는 과정에서 성경 속 문화, 즉 당시 팔레스타인의 문화와 동떨어진 우리식의 뜻풀이에 머문 아쉬움이 있다. 예를 든다면, 교자(轎子, 72쪽)를 ‘종일품 이상의 당상관이 타는 가마’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것은 순 우리 식의 뜻풀이이다. 성경시대에 교자는 말과 수레와 약대와 함께 운반 수단으로 사용되었다는 등의 내용을 덧붙여 주면 좋았을 것이다.

비슷한 예가 산견된다. 궁내대신(宮內大臣, 왕상4:6, 80쪽), 비빈(妃嬪, 에2:14, 196쪽), 비자(婢子, 창24:61, 197쪽), 신궁(神宮, 욜3:5. 265쪽), 진영(鎭營, 삼상17:20, 447쪽), 환관(宦官, 왕하20:18, 568쪽) 등에 대한 뜻풀이를 우리의 역사 안에 머물러 하고 있는데, 재판(再版)을 찍을 때 유념해서 예수 당시의 사회 문화와 결부시켜 보완할 필요가 있다.

둘째, 사전의 가치는 독자가 많이 찾을 때 더 빛을 발하게 된다. 요즘은 논문도 그림과 사진을 넣어 시각적 효과를 부각시키고 있다. 『성경한자 용어사전』에도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그림이나 사진을 넣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한자 성경에 무슨 그림이나 사진이냐고 할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겠으나 시각적 효과를 중요시하는 젊은 세대를 위한 배려로 생각하고 재판 때 고려해 봄직하다.

셋째, 이 책이 사전으로 성도들이 손에 놓지 않는 필수 공구가 되기 위해서는 지금의 소프트 카바를 비닐 카바로 바꾸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문성모 목사(전 서울장신대총장)가 추천의 글에서 적절하게 표현했듯이 '믿는 가정에 꼭 갖춰 놓아할 가정상비약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그런 바람에 응답하기 위해서라도 장정에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사전들은 독창적이 아니라 참고한 저본(底本)이 있기 마련이다. 국내 것이 없으면 외국의 사전을 기초로 하기까지 한다. 그러나 『성경한자 용어사전』은 문정일 교수의 독창적인 작업의 산물이어서 더 귀하게 다가온다. 오탈자가 거의 없는 것에서도 문 교수가 얼마나 많은 심혈을 기울였는가를 알 수 있다. 한글, 한자, 영어에서 발견한 오탈자는 손에 꼽을 정도이다(剛愎, 36쪽⟶35쪽으로 이동 배치. 馬廏와 구유는 완전히 다른 단어인데 마구를 구유로도 번역한다는 것, 132쪽. 6백 세겔, 600 hundred⟶6 hundred, 98쪽).

성경과 주석서와 성경사전에 더해 우리는 『성경한자 용어사전』을 더불어 갖게 되었다. 성경을 보다 정확하게 알게 하기 위해 의무감을 갖고 저술한 이 책이 많은 그리스도인들에게 상비도서가 되기 바란다. 또 필독 공구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다시 한 번 편저자 문 교수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내면서 독자제현의 성원을 기대한다.

* 이 서평은 월간 <기독교사상>(2019년 8월호)에도 게재되었습니다(편집자 주).

이명재 lmj228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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