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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시평] 대통령과 도덕군자

기사승인 2020.01.23  02: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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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철학박사)

군사정권 때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독재정권에 반기를 드는 것은 곧 매장을 의미했다. 개명되었다는 20세기 중‧후반기에 18세기 절대왕정 때 유행했던 '짐이 곧 국가'라는 말이 이 땅에서 통했다. 대통령이 곧 국가였다.

부하의 총에 죽지 않았다면 대통령의 영구 집권은 실현되었을 것이다. 대통령의 절대 권력이 하늘을 찌를 때 국민의 대의기관이라고 할 수 있는 국회의원 중 1/3을 대통령이 지명하기도 했다. 이른바 유신정우회 의원들이다.

이때의 검찰을 제대로 된 검찰로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당사자들에겐 듣기 거북한 말이 되겠지만 권력의 '충견(忠犬)'이라 했다. 이 말보다 더 심하게는 권력의 '주구(走狗)'라고 했다. 주구는 사냥개와 같은 사나운 개를 말한다.

주인에게는 충성을 다 하되 다른 사람에게는 죽기 살기로 물어뜯는 개, 검찰이 그렇게 불리었다. 정의와 진리가 불의한 권력 앞에 맥을 추지 못했다. 권력에 아부하는 검찰이 소위 출세를 했다. 장차관도 되고 국회의원도 되는...

당시의 검찰을 고무줄이라고 비아냥대는 사람들도 있었다. 자기들 마음대로 죄를 널렸다 줄였다 했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있는 죄를 덮어주고 없는 죄를 만들기까지 했다. 남민전, 인혁당, 민청학련사건 등이 그렇게 조작되었다.

피 흘리며 쌓아 올린 민주주의의 최대 수혜자 중 하나는 검찰이다. 검찰의 역사를 조금만 들춰봐도 그들은 민주주의 도상에 무임승차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윤석열의 출현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보는 게 옳다.

이른바 윤석열 사단으로 일컫는 (왼쪽부터)한동훈, 박찬호, 배성범 검사(사진=blog 자스민차향기좋아)

검찰에 사람이 얼마나 없으면 말 한 마디로 검찰총장까지 되는 구조이겠는가. 그 말 한 마디는 이렇다. 복잡하지도 그렇다고 길지도 않다. "나는 조직에 충성하지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많은 사람이 윤의 이 말에 속은 셈이다.

누구보다 크게 속은 사람은 대통령이다. 검찰개혁에만 무게를 두고 생각하느라 치밀한 교차 검증 과정을 거치지 못했다. 대통령도 믿었고 정권도 믿었고 무엇보다도 국민이 믿었다. 임명장을 주면서 대통령은 안 해도 될 말을 했다.

"죽은 권력뿐 아니라 살아 있는 권력도 봐 주지 말고 당당하게 수사하라."

단순한 덕담 수준의 말이었지만, 이 말이 윤석열의 가슴에 박혔다. 특수통인 그의 주 전공이 사건을 물고 늘어지는 것이다. 죄가 나올 때까지 헤집어 놓는 것이다. 마치 인디언들이 비가 내릴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는 것에 비유된다.

여기서 지적하고 싶은 게 있다. 대통령이 윤석열을 제대로 몰랐고, 윤석열도 임명권자인 대통령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피장파장 같지만 그렇지 않다. 정권에 대한 타격은 적지 않다. 검찰개혁을 위해 임명했는데 반기를 든다?

대통령이 살아있는 권력 운운한 것은 살아 있는 권력을 죄가 나올 때까지 파헤치라는 것이 아니다. 눈치를 보지 말고 소신껏 일을 처리하라는 뜻이었다. 윤석열은 취임하기가 무섭게 조국을 물고 늘어졌다.

알다시피 조국은 검찰개혁에 있어서 견인차 역할을 할 사람이었다. 검찰개혁을 이루어 내는데 대통령의 의중을 누구보다 잘 파악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하이에나와 같이 물어뜯는 검찰을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법무부장관이라고 해도...

'살아있는 권력도 봐 주지 말고 엄정하게 수사하라'는 말을 근거로 지금 대통령의 검찰관(檢察觀)이 바뀌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권위적인 전(前) 정권과 다른 게 뭐가 있느냐며 불만을 토로하는 이들이 없지 않다.

미물(微物)에 지나지 않는 곤충도 자기에게 칼을 들이대면 꿈틀거리는 법이다. 정권의 심장부에 칼을 대는 검찰에 순순히 응한다는 것은 정권을 포기하는 행위이다. 청와대 비서실을 수사한다? 그것도 추정만 갖고 말이다.

특히 윤석열 검찰이 개혁에 저항하는 수단으로 검찰권을 행사하려는 것을 가만 두어서는 안 된다. 저지해야 한다. 그런데 권력의 입장에서 뾰족한 방도가 없다. 유일하다시피 한 것이 검찰 인사권이다. 소위 '윤석열 사단'이라 일컫는 저항세력을 흐트려놓아야 한다.

다시 말하면 쉬 물러나지 않고 버티기 전술로 나오는 윤석열에게서 힘을 분산시키는 방법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지난 번 고위급 검찰인사는 적절했다고 본다. 윤석열의 수족들을 잘라 한직으로 보낸 것은 검찰개혁을 위해서 필요했다.

곧 있을 검찰 중간 간부 인사에서도 이런 방식은 더 철저하게 지켜져야 한다.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도 두려워하지 않는 검찰에겐 이런 방법을 쓸 수밖에 없다. 고대의 법 중 동해보복법(同害報復法)이라는 게 있었다.

흔히 말하는 '이에는 이, 귀에는 귀, 눈에는 눈...' 이런 식으로 되갚음을 하는 것이다. 물론 보복의 강도가 심해지는 것을 방지하고자 만들어진 법이지만 오늘날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 없지 않다. 사즉생(死即生)의 자세로 나오는 윤석열 검찰은 딱 그 수준으로만 대해 주면 된다.

확대해 이 원칙은 개혁에 저항하는 모든 세력과 집단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검찰 저항 세력과 암묵적으로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는 제1야당과 보수 언론도 여기에 해당된다. 이들 세력은 문재인 정권이 어떤 결정을 내리든 벌떼 같이 들고 일어나지 않나.

곧 있을 검찰 중간 간부 인사에 사람들의 눈이 쏠리고 있다. 인사의 제1원칙은 검찰개혁이 되어야 한다. 개혁에 저항하는 사람들을 정리해야 한다. 개혁의 동력상실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다시 대오를 정비해서 달려야 한다.

이명재 목사(본 신문 발행인, Ph. D)

개혁에 저항하는 세력들은 대통령이 도덕군자(道德君子)라도 되기를 바라는 것 같다. 검찰 개혁을 더 이상 밀어붙일 수 없게 만들려는 생각이다. 문재인 정권을 개혁정권이라고 말한다. 지금은 도덕군자와 같은 대통령이 아니라 개혁을 강력하게 밀어붙일 대통령이 필요하다.

발행인 lmj228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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