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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익 환경칼럼] 나무를 심은 사람

기사승인 2019.12.09  07: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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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성익(환경과생명연구소 소장)

묵묵히 한 가지 일에 평생을 바치는 사람.
자신의 굳은 신념을 끝까지 지키는 사람. 
속물, 기회주의자, 물신주의자, 권력 중독자 따위가 판치는 세상에서 이런 사람이 그립다.  

이럴 때면 프랑스 작가 장 지오노의 대표작 <나무를 심은 사람>을 떠올리게 된다.   
아마도 많은 분이 알고 계실 것이다.

이 이야기는 어떤 젊은이가 어느 날 프랑스 남동부에 있는 프로방스라는 곳의 산악지대를 걸어서 여행하다가 아주 특이한 노인을 만나는 데서 시작된다. 
엘제아르 부피에라는 이름의 그 노인은 쇠막대를 땅에 꽂아 구멍을 낸 뒤 도토리 한 개를 넣은 다음 흙을 덮는 일을 되풀이하고 있었다. 
황폐한 땅에 생명을 불어넣으려고 오랫동안 혼자서 양을 키우고 벌을 치면서 그는 그렇게 오랫동안 나무를 심어 오고 있었다. 

그곳은 옛날에는 숲이 무성했고 그 숲에 기대어 많은 사람이 모여 살던 고장이었다. 
그런데 사는 게 점점 어려워지자 사람들의 이기심과 욕심은 갈수록 커져만 갔다. 
그 결과 서로 나 혼자 잘 살겠다고 경쟁하고 툭하면 다툼이 벌어지는 삭막한 곳으로 변하고 말았다. 

그 와중에 울창했던 숲은 헐벗은 황무지로 바뀌었다. 
견디다 못한 사람들은 모두 그곳을 떠나갔다. 
아내와 자식을 잃은 채 세상을 등지고 외롭게 살던 부피에 노인은 바로 그런 곳에 홀로 들어와 날마다 나무 심는 일을 시작한 것이다. 

한참 세월이 흐른 뒤 젊은이는 그곳을 다시 찾아갔다. 
부피에 노인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그곳이 어떻게 변했는지 무척 궁금했기 때문이다. 
젊은이는 깜짝 놀랐다. 거기서는 놀라운 기적이 일어나고 있었다. 

그 황폐했던 땅이 울창하고 아름다운 숲으로 바뀌어 있었다. 
메말랐던 땅에는 다시 물이 흐르고 있었다. 
수많은 꽃들이 다투어 피고, 새들도 돌아와 아름답게 지저귀고 있었다.
바람마저도 이전의 거칠고 사나운 돌풍이 아니라 부드러운 산들바람이었다. 
그 바람엔 아름다운 향기마저 실려 있었다.   

숲만 되살아난 게 아니었다. 
그렇게 자연이 살아나자 떠났던 사람들 또한 꿈과 희망을 안고 다시 돌아왔다. 
폐허와 다름없었던 황무지가 웃음과 노래 속에서 삶의 기쁨이 울려 퍼지는 생명의 땅으로 부활한 것이다. 
이런 기적을 일으킨 주인공이 바로 수십 년 동안 아무런 이익이나 보상도 바라지 않은 채 혼자서 묵묵히 나무만 심어온 부피에 노인이었다. 

깊은 감명을 받은 젊은이는 새삼 깨닫는다. 
이 모든 것이 오직 순수한 한 사람의 손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세상을 바꾸는 힘은 아름다운 영혼과 흔들리지 않는 신념이라는 것을, 오직 한 가지 일에만 일생을 바치는 삶을 통해 절망이 희망으로 바뀐다는 것을 말이다. 

그렇다.   
이 작품은, 겉으로는 보잘것없어 보이더라도 누구나 높고 거룩한 뜻을 품고 그것을 흔들림 없이 실천하면 ‘기적’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전해준다. 
진정한 영웅이란 이런 사람이다. 

또한 이 작품은 ‘생명의 힘’을 잘 보여준다. 
기적을 만들어낸 부피에 노인의 저 한결같은 믿음과 행동은 생명의 힘에서 말미암았다.
생명이 사라지고 자연이 망가진 곳을 지배하는 것은 절망과 무기력, 불신과 다툼이었다. 
하지만 생명이 되돌아오고 자연이 살아난 곳에 넘치는 것은 꿈과 희망, 삶의 기쁨이었다. 

장성익 소장(환경과생명연구소)

자연이 살아나니 사람이 살아났고, 사람이 행복해지자 자연도 행복해졌다. 

생명을 중심으로 어우러지는 사람과 자연의 아름다운 조화 — 이 작품이 전하는 또 하나의 메시지다.

장성익 gcilbonews@daum.net

<저작권자 © 김천일보 김천iTV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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