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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주례사

기사승인 2019.12.07  19: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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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윤영(은퇴 교사, 정가네동산 대표, 감천면 광기리 이장)

정윤영(은퇴교사, 정가네동산 대표)

친구의 딸 주례를 마치고 들어왔습니다. 저는 오늘까지 네 차례의 주례를 맡아 보았습니다.
40대 초반에 주례를 부탁 받았지만 너무 젊은 나이라 완강히 고사한 후에 50대가 되어 처음으로 자연을 사랑하는 두 젊은이의 결혼 주례를 떨리는 마음으로 맡아 보았습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제자들의 주례를 두 번 선 뒤에, 오늘 초등 친구의 딸 결혼식 주례를 마지막으로 보았습니다. 그럭저럭 내 인생도 60대 중반이 넘어 내 삶도 스스로 책임을 질 수 없는 나이가 되었으니 어쭙잖은 주례를 이제는 그만 보려고 합니다.

요즘은 주례도 없이 자신들만의 프로그램으로 즐겁게 결혼식을 진행하는 젊은이들이 많아졌습니다. 지나치게 장난스럽지만 않다면 그것도 괜찮은 일이라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섰던 주례에서 신랑 신부에게 주었던 글을 여기에 한번 올려봅니다. 되도록 짧게, 꼰대 소리를 듣지 않도록 하려고 애썼지만 다시 읽어보니 여전히 꼰대 같은 소리를 했네요. 나이 들면 어쩔 수가 없나 봅니다.

***

안녕하십니까? 신부의 아버지와 저는 초등학교 동기로서 오랫동안 서로 막역하게 지내온 사이입니다. 제 앞에는 떨리는 마음으로 신랑과 신부가 나란히 서 있습니다. 제가 지금 아무리 좋은 말을 들려준들 그 말이 두 사람의 귀에 제대로 들어오겠습니까?

그러나 저는 40년 가까운 결혼생활을 이미 해 봤으니 두 사람의 긴 인생길에 도움이 될 말씀을 몇 마디 드리고자 합니다.

스페인의 어느 남부 지방 결혼식에서는 주례가 ‘살루드, 아모르, 니뇨, 코미다’ 이렇게 네 낱말을 외친다고 합니다. 그 네 가지는 ‘건강, 사랑, 자식, 음식’이라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이 네 가지 외에 결혼생활에 무엇이 더 필요하겠습니까?

누가 뭐라고 하든, 두 사람에게는 지금 내 옆에 서 있는 신랑과 신부가 이 세상에서 가장 멋지고, 가장 사랑스럽게 보일 겁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콩깍지가 씌어 있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부부가 되어 살다 보면 가끔은 그 사랑의 콩깍지가 벗겨져 그동안 못 봤던 게 보이기도 합니다.

각자가 서로 다른 환경에서 오랫동안 살아왔으니 생각과 습관의 차이가 나는 건 너무도 당연한 일이겠지요. 그렇기 때문에 다툼이 생길 때는  상대가 나와 다를 수도 있다는 것을 서로 인정해주기 바랍니다. 그리고 그런 때일수록 사랑한다는 말을 아끼지 말기 바랍니다. 사랑한다는 말보다 더 큰 화해의 방법은 없으니까요.

또한 사람은 물건이 아니기 때문에 동반자가 온전히 내 사람이 될 수가 없습니다. 서로서로 자유롭도록 상대를 반만 소유하겠다고 생각하세요. 그게 오히려 평화롭게 살 수 있는 비결입니다.
그리고 열심히, 돈을 많이 버세요. 그렇지만 그 돈을 나만을 위하여 쓰지 말고, 조금은 남을 위해서 써 보세요. 남을 돕고 사는 일은 마음의 부자가 되는 가장 좋은 방법인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걸 모르거나, 알고 있더라도 아예 잊고 산답니다. 부디 두 사람은 돈을 많이 벌어서 나누고, 베풀며 사는 특별한 즐거움을 누려 보시기 바랍니다.  

저는 오늘 결혼하는 두 사람에게 평생토록 좋은 부부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아주 쉬운 방법을 하나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정말 쉽습니다. 되도록이면 상대에게 막말을 하지 말고 서로 높여주기 바랍니다. 

옛사람들은 부부가 서로 위하며 조심하는 것을 ‘내외한다’고 말했습니다. 삼강오륜 가운데 ‘부부유별’을 넣었던 것도, 부부는 평생토록 서로 존중하며, 마구 대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늘 부드러운 말과 편안한 얼굴로 대하여, 나로 하여금 나의 짝이, 기쁜 마음으로 하루를 보낼 수 있도록 하기 바랍니다.

요즘 소확행이라는 말이 유행하는 걸 잘 알고 계시지요. 큰 부자가 되는 것보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많이 누리며 사는 것이 정말 잘 사는 것이라는 사실을 이제서야 모두가 알게 된 것이지요.

시골에 살고 있는 저는 아침에 일어나면 가끔 창문을 열고서 두 팔을 높이 들고 “아, 좋다.”라고 말합니다. 재잘거리며 노래하는 새들의 소리를 들으며 함께 즐거워하기도 하고 나뭇가지를 흔들며 지나가는 상쾌한 바람에 몸을 흔들어 보기도 합니다.

오늘부터 두 사람은 하루에도 몇 번씩 “아, 좋다. 좋다”하고 자주 감탄하며 사시기 바랍니다. ‘좋다, 좋다’ 하며 살다 보면, 정말로 매일매일 행복하게 지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 순간부터 인생을 마치는 그날까지 두 사람은 세상을 아름답고, 긍정적으로 보는 따뜻한 마음을 잃지 말고 지금처럼 콩깍지가 씌인 채로 영원히 오래오래 사랑하며, 행복하게 사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정윤영 gcilbonews@daum.net

<저작권자 © 김천일보 김천iTV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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