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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일 교수의 생활산책(11) - 하와이 東사모아 청년의 깜짝 유머

기사승인 2019.11.28  09:4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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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정일(목원대 명예교수, 수필가)

문정일(목원대 명예교수, 수필가)

하와이를 방문하는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찾아가는 곳 중의 하나가 ‘폴리네시안 민속촌’이다. ‘폴리네시아(Polynesia)'란 태평양 바다 안에 속한 ①하와이, ②뉴질랜드, ③이스터 섬을 삼각형으로 이을 때, 그 안에 들어있는 모든 섬을 총칭하는 말이다. 이 섬들 중에 사모아 제도(諸島)가 있다. 사모아 제도는 東사모아와 西사모아로 나뉜다. 東사모아는 미국령(美國領)이어서 "아메리칸 사모아"라고도 불리고, 西사모아는 오랫동안 뉴질랜드의 통치를 받았으나 현재는 독립하여 입헌군주제의 독립국이 되었다.

여기 하와이 폴리네시안 민속촌에는 각 부족들이 자기네 민속을 소개하면서 관광객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폴리네시안 민속촌을 방문했을 때 들었던 東사모아 청년의 재미있는 '입담' 한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저는 東사모아 청년입니다. 나이는 올해 갓 스무 살이고 현재 총각입니다. 이름은 '나이스-가이(nice-guy)'라고 합니다. 저는 東사모아 부족출신인데 그 땅이 미국령이어서 미국사람들이 누리는 여러 가지 문명과 문화의 혜택을 저도 누리고 있습니다. 저도 '사회보장번호(Social Security Number)'가 있어서 모든 사회보장의 혜택을 받습니다. 저희 집에는 이제 여러분들의 집처럼 에어컨, 선풍기, 냉장고, TV, 전화, 세탁기, 전축, 마이크로웨이브(전자레인지), 팩스 등이 모두 갖추어져 있습니다. 또 저희 집에는 컴퓨터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친구들과 이메일을 주고받을 수가 있으며 인터넷도 즐길 수가 있습니다. 제 인터넷 홈페지 주소는 《www.niceguy@yahoo.com》입니다."

이 대목에 이르면 관광객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제 東사모아 부족들도 여러 가지 문명의 혜택을 누리며 잘 살고 있구나!'하는 안도(安堵)의 표정을 짓게 된다. 여기서 東사모아 청년의 입담은 계속된다. "그런데 저희 집에는 아주 ‘작은(?) 문제점’ 한 가지가 있습니다. 그 문제점이 무엇인가 하면, 아직 저희 집에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이 말이 떨어지자마자 관중들은 폭소를 터뜨리며 아직까지 그의 말을 경청했던 자신들이 그 청년의 깜짝 유머에 속절없이 놀아났다는 것을 알게 된다. 물론 자기 집에 아직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다는 말은 관객을 웃기기 위한 농담이겠지만.

여기서 東사모아청년의 이 깜짝 유머를 그저 '우스갯소리'에 불과하다고 치부(置簿)하면 그만이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그의 말장난 속에 우리에게 주는 귀중한 교훈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위에서 東사모아 청년이 나열한 여러 가지 문명의 이기(利器)들은 '전기가 없다'는 한 가지 단순한 사실 앞에 모두 '무용지물'이 되어 버리고 만다는 사실이다. 미루어 생각해 보건대 어쩌면 사람의 경우에도 아무리 외형을 잘 갖추었다 해도 '양심(良心)'이라는 핵심요소가 없으면 아무런 쓸모가 없는 존재가 된다는 말이 아닐까?

어떤 식자층(識者層)의 사람들은 "양심(良心)"을 표기할 때, 짓궂은 '말장난'으로 동음이의어인 "양심(兩心)"으로 표기하기도 하고, 또는 두음법칙(頭音法則)을 무시한 투박한 북한 사투리를 흉내 내어 "낭심(狼心)"으로 표기하기도 한다. '어질 양(良)자' '양심(良心)'은 "착한 마음씨요, 바람직한 마음씨”이지만, 두 양(兩)자 '양심(兩心)'은 "줏대 없이 오락가락하는 두 가지 마음씨"요, '이리 낭(狼)자' '낭심(狼心)'은 남의 것을 탐하는 "이리 떼 같은 마음씨"가 된다. 양심(良心)과 양심(兩心)과 낭심(狼心)은 각각 발음은 모두 비스름하지만 그 속뜻은 그야말로 천양지차(天壤之差)가 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는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사흘이 멀다'하고 비극적인 사건들이 터지고 있다. 왜 세상이 이렇게 점점 패역(悖逆)해 가는 것일까? 아마도 우리의 생활주변에 양심(良心)을 가진 자들의 수효는 점점 줄어들고 있으며, 양심(兩心)이나 낭심(狼心)을 가진 자의 수효는 점점 늘어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문정일 gcilbonews@daum.net

<저작권자 © 김천일보 김천iTV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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