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setNet1_2

[정욱식 칼럼] 나경원의 적반하장 '미사일 방어론'

기사승인 2019.11.08  16:07:38

공유
default_news_ad1

- 정욱식(평화네트워크 대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 현재 우리 미사일 방어 체계로 (북한의 미사일을) 막을 수 있습니까?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완전히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 예, 가능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나 대표 : 어거지로 우기지 마십시오.

정 실장 :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십니까? 의원님. 뭐가 어거지입니까? 정확하게 한번 말씀을 해보십시오. 그럼 제가 우리 안보가 불안하다고 말씀을 드려야 되겠습니까?

나 대표 : 그렇게 우기시지 말고요. 

1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의에서 미사일 방어(MD) 관련해 벌어진 나 대표와 정 실장 사이의 설전 가운데 한 대목이다. 나 대표야말로 '어거지(억지가 표준말임)'로 우기고 있다고 여긴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 발끈하고 나서면서 정국은 더욱 얼어붙고 말았다.

이 씁쓸한 장면은 대한민국 안보의 씁쓸함을 여실히 보여준다. 절대안보를 향한 그릇된 욕망과 안보가 정치적 공격의 수단으로 전락한 현실을 너무나도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 대표와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사진 = YONHAP NEWS)

완전히 막는 게 불가능한 이유 

일단 북한의 미사일을 완전히 막을 수 있다는 취지의 정 실장의 발언은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다. '총알로 총알 맞추기'에 비유되는 미사일 요격 자체가 대단히 힘든 일이다. 설사 미사일 요격 기술이 향상된다고 하더라도 MD를 회피·무력화할 수 있는 방법은 훨씬 간단하다. 날씨마저도 공격하는 쪽이 방어하는 쪽보다 훨씬 유리하다. 악천후 시 요격 확률은 더욱 감소되기 때문이다. 

한국은 이러한 MD의 일반적인 한계보다 더 본질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남북한이 휴전선을 맞대고 있고 종심이 짧은 한반도의 지리적 특성이 바로 그것이다. 거리가 가까우면 공격하는 쪽에선 요격 고도 아래로도 쏠 수 있고 그 위로도 쏠 수 있다. 또한 미사일 유도·조종 기술을 적용하기가 훨씬 쉬워져 중간에 '꺾기(회피 기동)'도 용이해진다. 거리가 가까우면 단거리 공격용 발사체를 다종화·다양화·대량화하기가 훨씬 쉽다는 것도 유념해야 한다.

한마디로 말하면 어떠한 MD도 한반도의 지리의 법칙을 극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미국으로부터 MD 참여 요청을 받았던 김대중 정부가 '불참'을 선언한 데에는 이러한 지리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과학적·지리적 법칙은 '정치적 올바름' 앞에서는 초라해지기 십상이다. MD와 지리적 한계를 인정하면서 '북한의 미사일을 완전히 방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답변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곤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마 정 실장이 이런 답변을 내놓았다면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정부가 대한민국을 무방비 상태'로 만들었다고 맹폭을 가했을 것이다.

자유한국당의 적반하장 

그렇다고 나경원 대표가 미사일 방어에 대한 과학적·지리적 판단을 근거로 정 실장이 '우기고 있다'고 주장한 것은 아니다. 나 대표를 비롯한 자유한국당은 박근혜-황교안 정권 때 일관되고도 강력하게 사드 배치를 주장한 바 있다. 사드를 배치하면 대한민국의 3분의 2를 방어할 수 있다는 황당한 주장도 내놓았었다. 사드 방어권에 포함되지 않는 서울·경기·강원은 패트리엇과 같은 저고도 방어체계로 보호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내놨었다. 그런데 정권이 바뀐 이후에는 기억상실증에 걸린 것처럼, 또한 한국이 무방비 상태에 놓인 것처럼 문재인 정부에 맹폭을 가하고 있다. 

정치적 공세의 격화는 문재인 정부의 그릇된 선택을 부채질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최근 한국의 미사일 방어 능력이 획기적으로 강해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국방부도 국방비의 우선적인 투자 대상으로 '한국형 미사일방어' 능력 확보로 잡으면서 첨단 무기 도입을 크게 늘리고 있다. 

이것이 그릇된 선택인 이유는 자명하다. MD는 기본적으로 '돈 먹는 하마'이자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이다. 반면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한국의 현실에선 무용지물에 가까운 무기이다. 또한 MD를 비롯한 대규모 군비증강은 남북관계 악화의 중대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 내에서 MD의 유혹이 커질수록 미국 주도의 MD에 더더욱 편입될 수밖에 없고, 이는 미중 패권경쟁시대에 우리의 균형 외교를 더욱 어렵게 한다. 

정욱식 대표(평화네트워크)

군사적으로 볼 때, 우리에겐 MD보다 훨씬 강력하고도 효과적인 무기체계들이 '이미' 있다. 지대지, 공대지, 함대지 등 각종 미사일 전력은 북한보다 우위에 있고 종합적인 군사력은 세계 7위(북한은 18위) 수준이다. 세계 최강인 미국과는 연합방위체계를 이뤄놓고 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하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억제할 수 있는 군사적 능력은 이미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편집부 gcilbonews@daum.net

<저작권자 © 김천일보 김천iTV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