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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리 기행 - 우리의 가을은 가까운 곳에도 있다

기사승인 2019.11.04  18:4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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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 스쳐 간 적은 있다. 김천-상주 간 자동차 전용도로가 생기고 나서 청리는 더 변방으로 몰린 것 같다. 오늘(11월 4일) 설교 세미나에 참석하는 아내(박성숙 목사)를 선산휴게소에서 일행들과 합류시키고 남상주 톨게이트를 빠져 나왔다.

잘 되었다 싶었다. 국도를 타고 가다가 청리에 들려봐야지... . '청리' 하면 청백리(淸白吏)가 연상된다. 물론 한자는 다를 것이다(한자로는 靑里이다). 청렴결백한 관리를 많이 배출한 맑고 밝은 마을... . 혼자 이런 공상을 펼치며 마을로 들어섰다.

예전부터 역을 끼고 상가가 들어선다. 상주시와 김천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고향 냄새를 풍긴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귀소본능(歸巢本能)이라는 게 있다. 수구초심(首丘初心)도 이런 마음이 반영된 사자성어일 것이다. 역전다방도 있고 건강원도 있는데, 휑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역 앞 정육점은 철시하여 집기들만 어지럽게 늘려 있었다. 생활의 편리함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이곳도 예외는 아니어서 상주로 김천으로 구매처를 넓히는 바람에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던 모양이다. 이름이 커피숍이 아닌 다방이어서 초로의 객(客)에게 더욱 친근했다. 다방에 가서 시골 커피 한 잔 할까?

순서가 그게 아니지... . 인근 중국집에 가서 자장면 한 그릇을 시켰다. 오수(午睡)에 잠기려던 주인장이 부스스 일어나며 자장을 준비했다. 음식이 금세 나온 것을 보면 미리 장만해 두었던 것 같다. 퍼진 음식에 그러려니 하고 맛있게 먹었다. 경기가 어떠냐고 묻자 예전 같지 않다고 했다. 면사무소 성격일 텐데 '청리면 행정복지센터'라는 표지판이 하늘 높이 달려 있다.

경북선이 하루 세 번 청리역에 선다고 한다. 이용객이 적어 기차를 볼 때마다 미안한 마음이 든다. 경북선 내의 많은 역이 폐쇄되었는데 그나마 청리역은 명맥을 유지하고 있으니 얼마나 고마운 일이냐며 한 마디씩 거든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청리에서 기차를 타면 부산까지 바로 갈 수 있었는데, 지금은 김천에서 갈아타야 한다.

청리엔 아직 있을 건 다 있어 다행이다. 면 소재지를 나타내는 네 가지 요소가 있다. 면사무소, 우체국, 파출소, 농협 지소가 그것인데 지근거리를 하고 이 기관들이 올망졸망 자리하고 있어서 정겹다. 사람이 거주하는 한 최소한 필요한 기관들이다. 한편 농촌 인구가 점점 줄어들어 이 기관들도 사라질 것만 같아 걱정된다.

이것들뿐 아니다. 의원(병원)이 있고, 순대국밥집도 있다. 자전거포가 성황을 누리는 것도 면 소재지 농촌의 특징인 것 같아 정이 간다. 청리도 앞뒤 야산엔 단풍이 수놓이기 시작했다. 설악산 내장산 등의 가을 단풍이 사람들을 유혹한다지만 어리숙한 객인(客人)의 입장에선 청리 주변 단풍으로도 가을 요기가 족하다.

누런 황금 들판은 추수가 한창이었다. 6,70년대까지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의 깃발이 펄럭일 때만 해도 벼 수확이 가을 추수의 상징이었다. 근대화의 격랑 속에 추수에도 돈이 개입되고, 돈 되는 작물로 자꾸 바꾸는 바람에 벼 재배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청리의 추수 풍경을 보면서 고마운 마음이 일었다. 전통을 저렇게 어렵게 붙들고 있구나!

청명한 하늘에 떠 있는 뭉게구름은 전형적인 가을을 말해주고 있었다. 청리, 청백리... .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마음은 푸르고도 깨끗할 것 같았다. 가을은 멀리만 있는 게 아니라 가까운 곳에도 있다는 것, 가장 가까운 내 마음 속에 자리하고 있는 가을도 값지다는 것... .

취재부 daum.net

<저작권자 © 김천일보 김천iTV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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