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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작가 문홍연의 # 일상 - 황간 월류봉 "여울소리길"입니다.

기사승인 2019.10.19  11: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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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황간 월류봉 "여울소리길"입니다.

누구한테 검사를 받아야 하는 의무도 없는데 꾸준히 10,000보를 채워갑니다. 학창시절에 이렇게나 열심히 공부를 했다면 아마 우등상도 쉽게 받았겠지요? 

오늘도 아침 일과를 끝내고는 가까운 황간 월류봉으로 차를 몰았습니다. 근데 요즘은 어디를 가나 둘레길을 너무 잘 만들어 놓았더이다. 이곳은 영동군 황간읍을 적시는 석천 옆으로 길을 낸 "여울소리길"이라고 합니다. 말 그대로 여울목을 지나가는 물소리가 청아하게 들리기도 하고 기기묘묘한 바위와 어우러진 작은 들꽃들에게도 시선이  가는지라 전혀 지루하지가 않았습니다.

이곳은 다 들 아시죠? 달로 머물다 간다는 월류봉(月留峯)입니다. 아쉽게도 아직까지 한 번도 달밤에는 들리지를 못했습니다. 언젠가 한번은 보름달이 뜬 밤에 들러보고 싶은 곳이기도 하지요. 점심은 월류봉 근처에서 황간 대표음식 올갱이국으로 맛있게 먹었습니다.

조금 특이한 간판이 보이길래 커피나 한잔하자며 들렀는데 생각지도 못한 이곳에서 대어(大魚)를 낚았다는 기분이 듭니다. "달빛 프로방스"라...이름부터 예사롭지가 않더니  분위기가 좋습니다.

한 켠에 일제 야마하 피아노인지 아니면 무슨 그랜드 피아노인지 특이하게 생긴 큼지막한 피아노가 놓여 있습니다. 커피를 주문했습니다. 이왕이면 핸드드립 커피를 마시고 싶어서 비싼 커피를 주문했습니다. 원산지는 과테말라 산이라 합니다.

기다리는 동안 창밖을 바라봅니다. 
아직은 단풍이 내려오기 전이라 화려한 월류봉의 자태는 볼 수가 없었지만 창 너머로 보이는 우람한 산봉우리는 여전히 매력적입니다 

실내에는 은은한 클래식 음악이 흐르구요. 벽면에는 클래식 LP판들이 가득 꽂혀 있습니다. 주인장 겸 바리스타께서 손수 볶았다는 커피를 갈아서 내립니다. 실내 가득 커피 향이 퍼집니다. 

드디어 커피가 나왔습니다. 한 모금 마셔봅니다. 독특한 맛이 납니다. 

기대를 한 것은 아니고, 주인장한테 피아노가 멋있다는 이야기를 했더니 뚜벅뚜벅 피아노 앞으로 가서는 뚜껑을 열고 자리를 잡았습니다. 딱히 뭐라 설명할 수 없는 소리가 납니다. 노랫소리가 어찌나 좋은 지 성악가인줄 착각 할 정도였습니다.

주인장의 커피사랑은 대단했습니다.
"달빛 프로방스"를 찾아온 손님들에게 최고의 커피를 대접하려고 볶은 지 사흘이 넘은 원두는 과감하게 폐기를 한다구요. 헛 그것 참.... 다행히 "달빛 프로방스"의 커피를 좋아하는 고객이 많은지라 아직은 폐기한 적이 없다네요.

주인장이 한마디를 덧붙입니다. 
커피는 원산지별로 원두를 볶는 정도에 따라 수십 가지의 맛이 난다고 합니다.
우리같은 농부들이야 커피를 음미할 정도의 전문가도 아니고, 그냥 식후에 기호식품으로 마시는 편이라 커피 맛을 논 할 실력도 없습니다만... 유명 브랜드 커피전문점의 커피가 반드시 맛있는 것은 아니라는 뜻으로 이해를 했습니다.

다시 일터로 돌아가야지요. 주인장이 밖으로 나와서 인사를 건냅니다. 

다시 또 월류봉을 와야 할 이유가 생긴 듯도 합니다 스무 살 때부터 월류봉을 다니곤 했으니 꽤 오래 되었지요. 
다음에 올때는 이 곳 "달빛 프로방스"에 앉아서 커피 한잔을 마시며 지나간 추억을 떠올릴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커피가 이제는 단순한 기호식품을 넘어서 커피문화로 자리를 잡아간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문홍연 daum.net

<저작권자 © 김천일보 김천iTV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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