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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시평] 조국 정국 이후에 생각해 봐야 할 것들

기사승인 2019.10.17  17: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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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철학박사)

한 사람을 두고 이렇게 집요하고도 오랫동안 물고 늘어진 경우는 없었던 것 같다. 조국 얘기다. 법무장관 후보 지명 때도 그랬고 임명 뒤에는 더 그랬다. 취임 35일 만에 장관직을 사퇴했는데 아직도 국감장에서는 조국의 대립 전선이 힘을 얻고 있다.

어디까지일지 모르겠다. 100 여 일 조국 정국은 우리에게 많은 문제점들을 보여주었다. 그 중 가장 큰 게 뭔가? 조국이 법무장관을 하고 안 하고는 그렇게 큰 문제가 아니다. 같은 국민으로서 현상을 보는 눈이 이렇게 생각이 다를 수 있을까. 

아니, 생각은 다를 수는 있다. 그 생각을 푸는 방법이 치졸했고 전 근대적이다. 좀 과장해서 얘기하자면 미개하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어떤 사람은 민주주의가 만개해 가는 과정에서 나올 수 있는 의사 표출이라며 긍정적으로 본다. 하지만 이건 깊이 있는 관찰이 아니다.

개인도 그렇다. 가급적 적을 만들지 않고 사는 것이 지혜로운 삶의 태도이다. 확대하면 단체도 마찬가지이고 정파와 진영도 여기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 조국 정국에서 드러난 극과 극의 대립은 우리 사회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 주었다.

보수와 진보 간의 대립은 그야말로 '적대적'이었다. 각 진영의 장점을 살려 상호 보완적인 관계로 작용해야 국가 발전의 동력이 될 텐데 전혀 그게 아니었다. 양 진영이 그야말로 사즉생(死卽生)의 자세로 사사건건 대립하고 배척했다.

죽기 아니면 살기다. 상대 진영을 진멸(盡滅)해야 자신이 속한 진영이 살 수 있다는 식이다. 이건 다양성 속의 하나 됨을 추구하는 민주주의 가치에 반(反)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흐름을 주도하는 것이 정치와 종교계에 있다는 사실이다.

세상을 주도하는 영역이 정치이다. 종교는 영적인 부문에서 인간의 정신을 다져 주는 역할을 한다. 두 영역 모두 갈등보다는 화해, 다툼보다는 평화, 미움보다는 사랑을 주요 덕목으로 내 세운다. 그런데 지금은 이 덕목이 완전히 사장(死藏)되어 버렸다.

윤리도덕을 무너뜨리고 국민 공영(共榮)의 분위기를 앞장서서 해치는 것이 정치하는 동네 사람들이다. 차마 입에 담아서는 안 될 극단적인 막말도 부끄러움 없이 쏟아낸다. 시정잡배들보다 나을 게 하나도 없다. 애들이 배울까봐 심히 염려된다.

그러고도 전혀 부끄러운 줄을 모른다. 염치라도 있으면 돌이킬 가능성이 있는데, 염치가 없으니 막장을 향해 달릴 수밖에 없다. 이런 흐름을 주도하는 이들이 이른바 정치지도자연하는 사람들이어서 답답하다. 삶에 대한 의욕이 옅어져 가게 한다.

종교는 어떤가. 멀리 갈 것 없이 내가 속한 기독교를 보자. 소수의 극단적 목회자들이 교계를 흐리게 하고 있다. 하나님의 자리를 대신하려 한다. 헌금 강요, 가짜 뉴스 생성 배포, 극단적 이데올로기 경향성…. 못된 짓은 도맡아 하고 있다.

반문(反文)이면 이단도 너그러이 봐 준다. ‘좌빨’을 외치면 금세 동지가 된다. 하나님과 직통한다며 사람을 의식하지 않는다. 이웃이 자신을 욕해도 하나님이 자기편이라고 확신한다. 확신편향증 환자들이다. 세상에 무서울 게 없다.

조국 정국에서 우리는 무엇을 잃었는지를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 한 민족이라는 사실을 잊었다. 우리 고유의 대동정신을 잃었다. 식민지근대화론자들이 흔히 우리의 특징으로 내 세우는 분파성을 보여주었다.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도 자라나는 세대에 험악한 말의 면역성을 물려주었다. 이것은 국민 정서를 멍들게 하는 것이다. 극단적 말로 자신과 속한 진영을 합리화하는 것은 당장에 쾌감은 될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공허함으로 귀결된다.

이명재 목사(본 신문 발핼인, Ph. D)

조국을 잡았다고 환호작약(歡呼雀躍)하는 사람들, 그들의 목적을 성취했다고 축배를 들지 모르겠다. 그러나 긴 안목으로 세상을 볼 줄 아는 사람에게는 크나큰 암운임을 금세 깨닫는다. 사회를 멍들게 하는 정치, 이젠 접을 때가 되지 않았는가!

발행인 lmj2284@hanmail.net

<저작권자 © 김천일보 김천iTV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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