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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일 교수의 생활산책(3) - 마중물 이야기

기사승인 2019.10.05  10: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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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정일(목원대학교 명예교수, 수필가)

문정일(목원대 명예교수, 수필가)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이웃집 초등학교 아이가 인사를 한다. 옆에 있던 집사람이 “너 어디 가니?” 물으니 “친구가 왔다가서 마중 나가요“한다. ”응, 그때는 ‘마중’이 아니고 ‘배웅’이지.“ (머리를 긁적거리며) ”아이 참, 알고 있었는데....“ 잠깐 헷갈렸다는 뜻이다. ‘마중’과 ‘배웅’은 어른들도 급할 때는 자칫 잘못 튀어나오기 쉬운 말이다.

내 집에 찾아오는 손님을 나가서 맞이하는 것을 우리말로는 '마중'이라 하고 한자용어로는 '출영(出迎)'이라고 한다. ‘마중의 반대말은 ‘배웅’이며 한자용어로는 ‘배행(陪行), ‘전송(餞送), 또는 ‘전별(餞別)’이라고도 한다. 이 세 가지 단어는 모두 "떠나는 사람을 작별하여 보냄"을 뜻하는 말이다.  

예전에는 우물을 깊이 파서 긴 파이프를 묻고 지상에는 펌프 장치를 해서 펌프질을 통해 물을 끌어 올려 식수를 해결하던 시절이 있었다. 물을 끌어 올리자면 별도로 준비된 물을 한 바가지 가득 준비했다가 펌프에 붓고 부지런히 펌프질을 해야 지하수가 지상으로 끌려나오게 마련이다. 이때 붓는 한 바가지의 준비된 물을 '마중물'이라고 한다. 지하에서 올라오고 있는 물을 맞으려 나가는 물이니. '마중물'이라는 이름이 참으로 재미가 있다.

내 어린 시절, 우리 할머니께서는 집안 청소를 하시면서 마루나 방은 반드시 걸레로 닦아야지 빗자루로 쓰는 것을 엄하게 금하셨다. "할머니, 왜 비로 쓸면 안 되는데요?" "비로 쓸면 손님이 오시지 않는단다." 다시 어린 손자가 할머니를 집요하게 붙들고 늘어진다. "집에 손님이 오시지 않으면 왜 나쁜 건데요?" 이때 들려주신 우리 할머님의 말씀 한 마디가 참으로 명언이시다. "오죽하면 집안에 손님이 안 오시겠느냐?" 요즈음에는 손님을 마중 나갈 준비를 하며 사는 가정이 흔치가 않다. 먹을거리가 넉넉지 않고 생활환경이 깨끗지 못해도 집에 손님이 오시는 것을 더 없이 기쁜 일로 반기던 그런 시절이 있었다.

문 장로가 대전에서 아들처럼 사랑하고 아끼는 이상웅(李祥雄, 1964~ ) 목사가 목회하는 교회가 『대전마중물교회』이다. 교회 홈페이지에 올려진 이 목사의 '마중물'에 대한 설명을 들여다본다. 그는 신약성서에 나오는 '오병이어(五餠二魚)의 기적'을 예로 들고 있다.

유월절이 가까운 어느 날, 갈릴리 건너 광야에서 수많은 군중들이 하루 종일 예수를 따라 다니다가 모두 기진한 상태에 빠지게 된다. 예수님이 이들의 육신적인 필요를 눈치 채시고 제자들에게 해별방법을 묻는다. 어떤 제자는 이들을 마을로 보내서 각자가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자는 다소 책임회피성의 제안도 있었다. 빌립이 군중의 수효를 계산해보니 남자만 5,000명이요, 여자와 어린아이까지 합치면 1만 명이 된다. 이들을 먹이자면 약 200 데나리온(약 1,400만원=70,000x200)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오지만 해결방안이 없다.  

이때 안드레가 한 아이의 도시락을 가져온다. 떡 5개와 물고기 2마리였다. 예수께서 축사하시고 떼어주셨다. 결과적으로 모든 사람을 먹이고 남은 것이 12광주리에 가득했다고 했다. 예수님의 생애는 스스로 한 바가지의 '마중물'이 되어 펌프에 부어졌고 펌프에서는 영혼의 생수가 평평 쏟아져 나와 수많은 사람들의 갈증을 해소해 주신 사실을 깨닫게 된다.

나의 죽마고우 金 某 장로가 두 권의 신앙수필집을 출간했는데 그 제목이 각각 『마중물[1]』, 『마중물[2]』이다. 그가 사는 곳은 분당이지만 경기도 포천 인근에 아담한 집을 지어 놓고 자주 찾아가서 텃밭도 가꾸며 쉬기도 하는 곳인데 그는 그곳을 '마중물'이라고 부르고 있다. 이렇듯 내 주변에 《마중물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지인들이 많으니 참으로 가슴이 뿌듯하다. 우리 주변에는 우리가 돌보아야 할 사랑에 굶주린 이웃들이 많다. 우리가 그들에게 나눠줄 수 있는 '사랑의 마중물'이 되었으면 좋겠다. 

문정일 교수 gcilbonews@daum.net

<저작권자 © 김천일보 김천iTV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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