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setNet1_2

[방문기] 포천 '생명주는 동산'-생명이 하나 둘씩 움트고 있었다

기사승인 2019.07.27  07:05:27

공유
default_news_ad1

- 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철학박사)

이런 말로 글을 시작해도 될지 모르겠다. 왜 그런 속담이 있지 않은가.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이것을 사자성어로 '고진감래(苦盡甘來)'라고 하지 아마. 광야에서의 40년 고생 끝에 가나안 복지를 차지하게 된 이스라엘에도 이 말은 유효할 것이다.

사실이 그랬다. 시간을 넉넉하게 잡았다. 김천에서 오전 9시 조금 넘어 출발했다. 그러나 여러 가지로 꼬였다. 하늘이 흐리긴 했지만 출발할 때 비는 내리지 않았다. 경상북도를 벗어나 추풍령을 넘어 충청북도에 접어들자마자 비를 뿌리기 시작했다. 

송탄에 사는 친 동생과도 같은 집사가 있다. 그의 고모님 문병 후 점심 식사를 마치고 포천 '생명주는 동산' 설립 감사예배에 가는 코스를 잡았다. 어림잡아 계산을 해보니 오후 4시 이전에는 충분히 도착할 것 같았다. 예배는 오후 5시로 예정되어 있으니 다소 여유가 있었다.

그러나 웬걸? 가는 길이 헝클어지기 시작했다. 두 가지 때문이었다. 비 이야기는 앞에서 비쳤지만 중간중간 폭우가 내려서 가는 길에 훼방을 놓았다. 한 치 앞을 분간하기 힘들어 비상 깜박이를 켜야 했다. 이건 송탄에 오는 중에도 몇 번 있었고, 송탄에서 포천 '생명주는 동산' 오는 길에는 더 자주 맞닥뜨렸다.

다른 하나의 이유는 서울외곽도로를 탄 뒤 국도로 목적지인 '생명주는 동산' 오는 길에 일어났다. 이것도 미처 고려 사항에 넣지 못한 것이다. 금요일 오후, 주 5일 근무제가 정착한 탓에 주말에 해당한다. 날씨는 불순하지만 여름휴가와도 맞물려 있다. 산과 바다로 놀러 가는 차들로 인해 가다 멈추기를 반복했다.

도저히 제 시간에 도착하기가 어렵겠다고 김용철 장로에게 전화를 넣었다. 백강수 회장도 조금 늦을 것 같아 오후 5시 30분에 예배를 드리기로 했으니 천천히 오라고 했다. 위안이 되었다. 그래도 전 속력으로 달려 시간을 단축하는 게 지각자의 도리이다. 아쉽게도 도로 좌우의 수려한 경관을 음미할 새가 없었다.

3층 예배당에 도착하니 제 시간보다 10분이 지나 있었다. 마영규 집사(70회)가 대표기도를 하고 있었다. 생명주는 동산이 믿는 자들의 병마를 쫓는 치유 센터가 되게 해 달라고, 그렇게 되기까지 많은 공력을 필요로 할 텐데 하나님께서 책임져 주십사고 간구했다. 간절한 기도였다.

서정욱 집사(71회)의 성경봉독(눅 4:38-44)에 이어 본문을 중심으로 최남식 목사가 '다른 동네들에서도'라는 제목의 설교를 했다. 가버나움에서 병 고침을 받은 무리들이 예수님을 붙들자 다른 동네들에서도 복음을 전해야 한다시며 갈릴리로 가신 내용을 현실 상황에 적용, 쉽게 전달했다.

그 사이 박정진 집사(84회)가 특별찬송을 했고, 이상현 목사(60회)가 봉헌기도 및 축도함으로 1부 예배를 마쳤다. 손님맞이에 바쁜 생명주는교회 성도들 빼고 중동기독신우회 회원만 18명이 함께 예배를 드렸다. 이어 2부로 특별기도 시간을 가졌다. 길지 않은 합심 기도였지만 비켜가지 않고 핵심은 다 포함하고 있었다.

나(이명재 목사)의 인도로 진행된 참석자 통성의 기도 시간엔 여섯 가지를 하나님의 장중에 올려 간구했다. 첫째, 생명주는 동산과 담임 최광로 목사를 위해. 둘째, 중동기독신우회를 위해. 셋째, 동문 선교사들과 동문 목회자들의 사역을 위해. 넷째, 국가와 민족을 위해, 다섯째, 몸이 아픈 회원들과 어려움을 당하고 있는 회원들을 위해. 마지막으로 오늘 참석한 회원들을 위해.

뜨거운 기도소리가 숲속 계곡을 달구었다. 맑고 깨끗한 산속 기도여서 더 강하게 상달될 것 같았다. '생명주는 동산'의 존재 의미가 더 확연해지는 듯했다. 담임 최 목사가 이런 것까지 생각했는지 모르지만 '생명주는'이 띄어 쓰지 않고 붙어 있다. 선택이 아니라 반드시, 필연을 의미한다. '생명 주는' 이렇게 띄어 쓰면 줄 수도 또 안 줄 수도 있는 선택의 문제가 된다.

1층 식당엔 잔칫상이 차려졌다. 정갈하면서도 맛있는 음식, 하나하나가 입맛을 돋웠다. 성도들이 일일이 손수 준비한 것이라고 했다. 조이레 목사(71회)의 식사기도 뒤 우리는 서서히 수저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모든 음식이 맛있었지만 얇게 부친 배추전에 젓가락이 자주 갔다. 후식 복숭아도 당도가 높았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주방 앞 바깥에서 커피를 마시며 정담을 나누고 있는데 차가 한 대 마당으로 들어섰다. 김광호 집사(71회)가 큰 수박을 들고 차에서 내렸다. 최광로 목사는 금요밤기도회를 인도하러 예배당으로 간 뒤라 호스트가 빈 게스트들만의 자리가 연출되었다. 무언가로 자리를 꾸며야 했다.

김광호 집사의 '작은 음악회'로 산정호수 계곡을 수놓기로 즉석에서 이야기가 되었다.  '보관하고 있는 악보 600 곡 중 20곡' 운운하는 것으로 볼 때 이미 계획하고 달려 온 것 같기도 하다. 그는 여섯 곡을 불러 '생명주는 동산'에서 청음(聽音)의 황홀함을 선물로 안겨주었다.

그 다음 순서는 최남식 목사의 특강 시간. 자료도 없이, 조금의 굼뜸도 없이 쏟아져 나오는 특강의 주제는 삶의 패턴은 급속하게 바뀌게 되어 있는데, 이것을 미리 준비하는 사람이 성공적인 삶의 향유자가 된다는 것이었다. 백세 인생이 예상되는 시대 흐름에 적절한 즉석 강의여서 모두들 경청했다.

시간이 많이 흘러 있었다. 대부분 돌이가고 우리 부부와 마영규 집사가 남았다. 친구 부부만이 남는 어색함을 메워주려는 마 집사의 따뜻한 배려가 고맙다. 기도회를 마치고 내려온 최광로 목사와 우리는 짧지 않은 시간 긴 이야기를 나누었다. '생명주는 동산'과 그의 치유사역에 대한 것이었다.

기도로 준비한 '생명주는 동산'이지만 어려움이 중첩해 있다고 했다. 기존의 골조를 다시 꾸미는 리모델링 작업이었지만 탈진할 정도로 신경을 써야 했다. 협력자가 나타나면 좋겠다고도 했다. 또 최 목사의 치유사역의 특징은 질고(疾苦)의 부위에 손을 대봐야 고칠 수 있는지 여부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뜨거움이 임할 때 치유의 가능성이 많다고 했다.

밤 10시 반이 되어서야 숙소로 돌아왔다. 반 농담으로 '하룻밤 묵고 올까...?'라고 했는데, 숙식의 준비를 완벽하게 해 놓은 것에서 최 목사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형님, 종종 와서 푹 쉬고 가세요. 밖에서 바베큐 요리도 마음대로 즐길 수 있구요." 숲속의 동산에는 벌써 생명이 하나 둘씩 움트고 있었다. '생명주는 동산'... !

이명재 lmj2284@hanmail.net

<저작권자 © 김천일보 김천iTV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