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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길' 관람기 - 굴곡에서 곧음으로, 길을 통한 사랑과 사부곡

기사승인 2019.07.11  03: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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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철학박사)

Ⓒ사진제공-김천시(이하 동일)

안내 포스터에 박힌 '길'은 받침 'ㄹ'이 구절양장이었다. 꾸불꾸불했다. 이 굴곡진 길을 곧은길로 만든 것이 1970년 7월 7일 개통된 경부고속도로이다. 거저 된 것이 아니다. 2년 5개월의 최단기간 내 완공 속에는 77명의 고귀한 생명이 희생되어야 했다.

작년 초연 때의 작품 이름은 그래서 '77인의 영웅'이었다. 77인은 사람이다. 폭을 넓혔다. 이것을 위해 준비된 제목이 '길'이다. 뮤지컬 이름으로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이 길을 곧게 뚫기 위해 건설 노동자들이 투입되었고 77인이 희생된 것이다.

큰 흐름은 같되 내용은 보완되고 더욱 원숙해 있었다. 여기서의 보완과 원숙은 풀이 자라듯 저절로 된 것이 아니다. 그 새 출연진과 스탭들의 지난한 연습과 단련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뮤지컬의 한 특징인 거듭되는 회의 공연을 예기한 준비였을 것이다.

뮤지컬 '길'은 다의적 해석이 가능한 작품이다. 재혁과 세희의 사랑에 맞추어 볼 수도 있으며, 중령과 재혁의 갈등에 초점을 맞출 수도 있다. 또 동족상잔의 전쟁 통에 헤어진 아버지를 그리워하고 찾는 효성에 주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것의 총체가 굴절된 사회다.

뮤지컬은 미국에서 꽃핀 예술 장르이다. 전성기를 1960년대~1970년대로 잡는데, 그때 창작된 뮤지컬이 사회적 주제와 사실적 내용을 중심으로 하고 있었다. 사회와 동떨어진 뮤지컬, 관념의 지배만을 받는 뮤지컬이 마음의 울림이 크지 않다는 것은 불문가지다.

뮤지컬 '길'이 그렇다. 2019년에 공연되는 작품이되 1970년대 뮤지컬의 특징인 사실성에 기초하고 있다. 플롯의 시종이 나와 별개가 아니라 바로 나의 일이고 내 아버지의 이야기이며, 우리 가족 나아가 우리 이웃의 역사이기 때문에 근친성이 그만큼 강했다. 예술에서의 근친성은 성공의 중요한 요인이 된다.

핵가족의 시대를 지나 지금 가족 해체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런 세태에 재혁의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은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중요한 포인트다. 길이 있으면 만나게 된다는 것이 그들의 바람이자 관객들에게 주문하는 화두이다. 맞다, 길은 해후하기 위해 존재한다.

예술의 성격 안에는 계몽성이 포함된다. 고전 예술뿐 아니라 현대 예술도 마찬가지다. 뮤지컬이 예술이라면 이 계몽성을 배제할 수 없다. 재혁과 세희의 일편단심 사랑도 헤어지기를 밥 먹듯 하는 결혼 풍토에 브레이크를 걸기 위한 복선이다. 부정(父情)에 목말라하며 효성을 잃지 않고 있는 재혁에게서 사람들이 느끼는 바가 적지 않을 것이다.

이것뿐 아니다. 공사장에서 분출하는 동료들 간의 동지애는 이기주의에 팽만한 현 세상에 던지는 메시지가 적지 않다. AH1 아시안 하이웨이가 뚫려 육로로 아시아를 넘어 대륙 전체를 철환하기 위해서는 남북통일이 필수이다. 통일을 선택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깨우침이 된다.

많은 목숨을 앗아간 당재터널 발파작업은 쉽지 않은 플롯 구성이다. 작년 '77인의 영웅'에서는 다소 부자연스럽다고 느꼈었는데, 두 조각의 이음 다리와 배경화면을 통해 가볍게 잘 처리하고 있었다. 등장인물들의 극적 모우션과 춤, 음악이 잘 조합되고 화려한 조명, 그리고 완벽에 가까운 무대 장치는 뮤지컬의 원숙에 큰 자산이 되었다.

뮤지컬의 전체 흐름도 고전적 틀에 충실했다. 부드러운 ‘업-다운’ 서곡(Overture), 세희와 증손주의 플롯 제시(Exposition), 개령이의 쇼 스토퍼(Show Stopper)도 돋보였다. 무엇보다 재혁과 세희의 아리아(Aria)는 진정한 사랑과 장래 희망을 적절하게 보여 주었다. 오랜 내공의 결과라는 사실을 단박에 알 수 있었다.

문화가 강조되는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예술은 문화의 중심축이고 뮤지컬도 여기에 포함된다. 이번에 공연된 뮤지컬 ‘길’은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다. 김천시 승격 70주년, 한국도로공사 창립 50년 기념작품이다. 두 기관의 관심과 후원이 컸다는 얘기를 들었다. 김천시가 주관을 맡아 주었고, 한국도로공사가 후원을 했다.

주최한 (사)코리아파파로티문화재단(이사장 박경식)이 김천에 터하고 있고, 총감독 이응규도 김천 출신이다. 김개령, 구성면 역은 김천의 지역 이름을 딴 것이다. 그 외 스탭들도 많은 사람들이 김천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그야말로 김천이 만들어낸 김천의 뮤지컬이라고 할 수 있다. 뮤지컬 하나를 갖고 있는 지자체가 많지 않다. 자부심을 가질 만하지 않는가.

1943년 미국에서 초연된 뮤지컬 '오클라호마'는 2천 회가 넘게 공연한 것으로 유명하다. 뮤지컬 '길'도 롱런을 기대해 본다. 지난 7월 5, 6일 이틀에 걸쳐 진행된 고양 아람누리 아람 극장에서의 공연도 3천 여 명의 관객이 몰려 성황을 이루었다. 오늘(7월 10일) 2회에 걸친 공연도 전 좌석 매진을 기록했다고 들었다. 상서로운 출발이다.

끝으로 김천의 문화 수준을 한 단계 높인 (사)코리아 파파로티 문화재단 박경식 이사장과 이응규 총감독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대본/연출을 맡은 오서은 작가, 이종혁 안무감독, 주연배우 정태준(재혁) 박혜민(세희)을 비롯한 전체 배우들과 스탭들에게도 응원의 마음을 보낸다. 감사하다는 뜻을 담아서... .

이명재 lmj2284@hanmail.net

<저작권자 © 김천일보 김천iTV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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