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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시평] 하나님 < 이데올로기

기사승인 2019.06.21  12: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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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철학박사)

결론부터 말하고 글을 풀어가자. 부끄러운 현실이지만 할 수 없다. 이데올로기 앞에는 하나님도 별수 없다. 믿음 좋은 사람들은 이 말을 불경스럽다고 여길 것이다. 전지전능하신 하나님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사실인 걸 어떡하나.

하나님 믿는 사람들 이야기다. 믿지 않는 사람은 이 글을 읽지 않아도 괜찮다. 지금 한 돈키호테 같은 목회자로 인해 사회가 좀 어수선하다. 목회자는 사회를 평화롭게 만드는 데 기여해야 한다. 분열과 갈등이 있는 곳을 말씀으로 화해시켜 하나 되게 해야 한다.

그런데 그렇지 못한 목회자들이 있어서 문제이다. 기독교 인구가 점점 쭈그러들고 있다. 전광훈 목사가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을 뜬금없이 올 말까지 하야하란다. 이것은 사람의 명령이자 주님의 명령이란 말도 빠트리지 않는다. 이 말을 주님의 명령이긴 커녕 사탄의 호령이라고 비아냥대는 사람들이 있다. 자기의 이념에 하나님을 갖다 붙인 것이다.

얼마 전 이런 일이 있었다. 내가 가입되어 있는 한 기독교 모임에 유튜브 동영상이 하나 올라왔다. 이단성이 있어 각 교단에서 예의주시하고 있는 목사의 동영상이었다. 동영상의 내용은 현 정부를 비난하고 극우세력을 비호하는 것으로 일관하는 것이었다.

전광훈 장경동 유를 참 목자로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거짓 선지자로 칼질하는 내용이었다. 주제 파악도 못하고 쾌도난마(快刀亂麻)하는 것이어서 얼른 듣기에 시원은 했다. 200 여 명을 회원으로 갖고 있는 단톡방(단체 카카오톡 방)이 시끄러워졌음은 물론이다.

양쪽으로 나뉘어 공방이 벌어졌다. 신앙적인 싸움은 원래 승패가 없는 법이다. 승패는커녕 이런 싸움이 격해질 경우 조직이 갈라지기까지 한다. 어렵게 만든 조직을 위해 자제해 달라고 하면 이렇게 말하는 사람까지 신앙심이 약한 사람으로 매도하며 이해 못하겠다는 태도다. 도대체 지금이 자제할 때인가 되묻는다.

오늘(6월 21일)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자녀들을 위한 기도 모임이라고 해서 가입한 밴드에서 일어난 일이다. 예의 그 목사의 동영상이었다. 보기 싫으면 외면하는 게 나의 기본 자세다. 그런데 가입한 여러 개의 밴드 중 유독 그 목사 동영상이 맨 위에 떠서 자꾸 눈을 흐리게 만들었다.

갈수록 태산이라는 말이 있듯이 그런 전광훈을 참 목자로 추켜세우는 내용이었다. 전광훈이 프레스센터에서 한 기자회견을 적극 옹호하고 있었다. 많은 사람이 불의(?) 앞에 침묵하고 있을 때, '대통령 물러나라'고 용기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누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이건 설교가 아니라 선전선동의 정치 연설이었다. 자기들만이 의롭고 다른 사람은 모두 그릇됐다는 식이다. 문재인은 사회주의자고, 사회주의자가 나라를 끌고 가면 기독교는 사라지게 될 것이며, 결국 이 나라는 북한의 김정은에게 갖다 바치게 될 것이라 호언한다. 확신도 이런 확신이 없다.

국민을 뭘로 보고 이런 식의 말을 설교랍시고 함부로 내뱉는가. 아니, 우리 그리스도인들을 지난 세기 중반쯤의 수준으로 생각하지 않는 바에야 이런 말을 할 수가 없다. 대통령이 나라를 갖다 바친다고 해서 순순히 따라갈 국민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억지도 이런 억지가 없다.

200 여 명의 회원을 가진 기독교 동아리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자. 분기별로 모여 예배를 드리고 친교를 나누는 모임이니까 모두들 신실한 신앙인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들도 이데올로기 앞에서는 별수 없이 양쪽으로 쫙 갈렸다. 이 글의 제목을 '하나님 < 이데올로기'로 붙인 이유를 알리라.

이단성 혐의를 받고 예의주시하고 있는 목사의 설교도 문재인을 공격하는 것이라면 오케이다. 그 설교에 양 팔을 번쩍 들고 아멘을 외친다. 그렇게 하지 않는 사람은 이단보다 더 나쁜 사람들이다. 해방 정국에서의 이데올로기 대립, 6.25 전쟁 이후의 냉전 의식이 어떤 것인지 짐작이 갔다.

뒤 이야기, 아이들 기도 모임 밴드에 올린 그 동영상에서 상당 시간을 할애해 한 장로를 공격하고 있었다. 전광훈을 나무란 장로를 거짓 선지자로 매도하기까지 했다. 전광훈이 말했다는 '장로 주제에'란 의식이 깔려 있는 것 같았다. 그 장로를 비롯해 반 문재인 대열에 합류하지 않는 자들을 바리새파 사람들과 같은 사람이라고 칼질했다. 

내가 아는 그 장로님은 기독교의 개혁 나아가 이 사회를 바른 길로 가게 하는 데 많은 실천을 해 온 분이다. 국가와 교계의 발전을 위해 사심 없이 문제를 던져 줄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들 중 한 분으로 알고 있다. 그런 장로님도 그들 앞에서는 고양이 앞의 생선에 불과하다.

예수님 3년 공생애 기간 동안 바리새인들을 가장 싫어하셨다며 바리새인의 대표와도 같은 이 장로를 조심하라고 겁을 주었다. 아전인수(我田引水)도 이런 아전인수가 없다. 이런 착각도 없으면 그들이 어떻게 생존할까. 내가 볼 땐 갈등과 분쟁의 중심에 있으면서 자기와 다른 생각을 하면 이유여하를 불문하고 반 신앙적이라고 정죄하는 그들이야말로 예수 당시의 바리새파요 사두개파 사람들이다.

신앙인이 이 사회를 걱정해야 할 때 사회가 교회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바른 정신을 갖고 목회를 해야 하는데 정신 나간 사람들이 설쳐대니 이런 상황이 초래되었다. 대통령도 사회 전체를 끌어안아야 한다. 그러나 더 시급한 것은 목회자들의 세상 끌어안기이다.

이명재 목사(본 신문 발행인, Ph. D)

예수님이 지금 이 땅에 오시면 어떻게 하실까를 생각하면 답이 금방 나온다. 이데올로기가 하나님 위일 수는 없다. 이데올로기 앞에 초라한 하나님을 세우는 당신은 도대체 믿음의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가. 깊이 생각해 볼 문제이다.

이명재 lmj228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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