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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익의 환경칼럼] 재활용은 무조건 좋은 걸까?

기사승인 2019.05.08  21:4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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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성익(환경과생명연구소 소장)

재활용이 자원과 에너지 낭비를 줄여준다는 점에서 친환경적이고 현명한 쓰레기 처리 방식이라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재활용에도 따져볼 문제들이 있다. 

먼저, 재활용은 사실은 달라진 게 없는데 우리가 뭔가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재활용은 기존 생산 과정이나 방식에 별다른 타격을 입히지 못한다.

사실 따지고 보면 재활용은 뭔가를 또 다시 만드는 것이다. 생산은 줄어들지 않고 그대로 이어진다. 끊임없는 생산을 보장하는 기술적 해법이 재활용의 본질 가운데 하나다. 당연히 소비 또한 줄어들지 않고 변함없이 계속된다. 

이처럼 재활용은 소비가 늘어나는 것 자체는 문제 삼지 않으면서, 쓰레기를 버리면서도 환경적 책임을 다한다고 여기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쓰레기를 많이 버려도 별다른 문제의식이나 죄책감 같은 걸 느낄 필요가 없다. 

뭔가를 많이 쓰고 많이 버려도 재활용을 열심히 하기만 하면 환경적 실천을 한 것으로 여겨진다. 또 많이들 그렇게 스스로 위안하기도 한다. 처음 의도가 무엇이었든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를 정당화해주는 수단으로 재활용이 이용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재활용은 기업들에게도 잘못된 신호를 보낼 수 있다. 기업이 스스로를 지구 환경을 책임 있게 돌보는 주체라고 여기는 근거를 제공해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 재활용 제품을 만들거나 재활용 기술을 사용하는 것은 자기들이 친환경 기업이라고 선전하기에 딱 좋은 ‘재료’가 된다. 

물론 기업이 자원과 에너지를 절약한다거나, 친환경 기술을 적용한다거나, 에너지 효율을 높인다거나, 재활용을 열심히 하는 것 등은 그 자체로 좋은 일이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기업의 이런 움직임이 성장사회와 소비사회를 떠받치는 대량생산, 대량소비, 대량폐기 시스템을 제대로 건드리지는 못한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어떻게 보면,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결과적으로는 이런 낭비적 시스템을 교묘하게 합리화하고 심지어는 더욱 공고하게 해줄 수도 있다. 일종의 역설적 딜레마인 셈이다. 

어쨌든, 재활용이 쓰레기를 줄이는 게 아니라 쓰레기의 대량 발생을 보다 세련된 방식으로 부추기고 심지어는 제도화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점은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쓰레기와 관련해 우리의 궁극적 목적은 ‘재활용 많이 하기’가 아니라 ‘쓰레기 덜 만들기’가 되어야 한다. 쓰레기를 덜 만드는 세상을 만들고, 쓰레기를 덜 만드는 삶을 사는 것 ― 이것이 우리의 쓰레기 슬로건이다. 

대량생산, 대량소비, 대량폐기 시스템을 토대로 하여 굴러가는 자본주의 경제구조와, 더 많은 소유와 더 많은 소비를 떠받드는 낭비적 생활양식을 바꾸는 것이 근본적으로 중요한 까닭이다. 

장성익 소장(환경과생명연구소)

재활용은 누가 뭐래도 매립이나 소각보다는 좋은 쓰레기 처리 방법이다. 하지만 재활용이 지닌 ‘두 얼굴’을 균형 잡힌 시각으로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장성익 gcilbonews@daum.net

<저작권자 © 김천일보 김천iTV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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