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setNet1_2

발행인 시평 - 심재철과 동일시 효과

기사승인 2019.05.04  10:52:25

공유
default_news_ad1

- 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철학박사)

노무현재단 유시민 이사장과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의 진실공방이 한창이다. 누구의 말이 맞는지 사람들의 관심도도 제법 뜨거운 것 같다. 두 사람 다 널리 알려진 정치 지도자인 탓도 클 것이다. 누구의 승리로 끝날지 모르겠다.

이럴 때 두 사람이 걸어온 길을 살펴보는 게 판단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들은 1980년 이른바 ‘서울의 봄’ 때 서울대 학생운동 지도부에 속해 있던 사람들이었다. 심재철은 총학 회장, 유시민은 대의원회 의장을 맡고 있었다.

박정희 유신 정권이 무너지고 전두환이 12.12 쿠데타로 정권을 잡았을 때였다. 대학생들이 그 부당함을 외치며 군부와 정면으로 맞섰다. 5월 25일 20만 여 명의 대학생들이 서울역 앞에 운집해서 계엄 해제를 요구했다.

거기까지는 좋았는데 투쟁의 방향을 놓고 세 개의 노선이 대립했다. 다음을 도모하기 위해 각 학교로 돌아가자는 의견(해산파)과 모인 학생들을 이끌고 청와대로 진군하자는 의견 그리고 현장에서 농성을 하자는 의견으로 나뉘었다. 중요한 순간을 맞이한 것이다.

해산을 주장한 대표적인 사람이 심재철이었고, 일전불사론을 주장한 대표적인 대학생이 유시민 그리고 복학생 이해찬 등이었다. 격론 끝에 후일을 도모하며 해산하는 것으로 결론을 짓고 심재철이 연단에 올라가 해산을 발표했다. 이것을 운동권에서 '서울역 회군'이라고 불렀다.

그 일이 있고 나서 계엄의 전국 확대에 이어 대대적인 검거 선풍이 일었다. 당시 재야인사들을 비롯해 이해찬 유시민은 말할 것도 없고 심재철 등 학생운동 지도부가 대량 구속되었다. 유시민과 심재철의 진실공방은 계엄사에 잡혀가서 쓴 진술서를 놓고 벌어지고 있다.

유시민과 심재철(사진 = MBC 드라마 캡쳐)

활동가들이 잡혀가서 쓰게 되는 진술서는 매우 중요하다.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조직이 보호될 수도 있고 일망타진(?)될 수도 있다. 모진 고문을 받으면서도 끝까지 조직을 보호하는 것이 당시 활동가들에게 불문율이었다. 유 심 두 사람의 진술서를 확인하면 진실은 쉽게 밝혀질 것이다.

중요한 것은 80년 '서울역 회군' 사건 이후 군부에 의해 학생운동이 큰 타격을 입었다는 점이다. 그때도 역시 좌경용공 김대중이 자금을 대어주며 뒤에서 조종했다는 각본이 빠지지 않았다. 심지어는 북한의 개입설까지 군부에서 공공연히 퍼트리고 있었다.

심재철은 서울의 봄 때 김대중으로부터 20만원을 받았다고 허위 진술을 했다. 고문 끝에 한 강요된 진술이라곤 하지만 김대중 및 그와 가까운 재야인사들이 구속되는 빌미를 제공했다. 따라서 서울의 봄은 꽃을 피워보지도 못하고 사그라지는 운명이 되고 말았다.

당시 학생운동권 일각에서는 심재철을 훼절자라고 했다. 재야에서도 그를 경원시했다. 그런 그가 MBC 기자로 취직해서 문화방송 노동조합 전임자로 활동했다. 허물을 보완하기라도 하듯 한 때 노조 일에 열심을 보이기도 했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학생운동에다 호남 출신인 심재철은 보수 원류인 신한국당에 영입되어 어렵지 않게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과거 운동권 물을 먹은 사람들이 그렇듯이 보수당에 적을 올린 뒤 심재철의 이상 행동은 보는 이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한 때 동지였던 사람들에게 예사로 칼을 들이댔다. 또 운동권 시절을 참회라도 하듯 극우(극단적 보수)의 홍위병 역할도 마다하지 않았다. 국회부의장 자리까지 꿰찰 수 있었던 것도 그런 처세술 덕분이었다고 하면 지나친 말일까.

당시 그들과 함께 활동했던 사람들 사이에 오가는 말이 있다. 깜이 안 되는 사람(심재철)이 유시민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있다는... . 심리학에서 쓰는 용어로 '동일시'라는 게 있다. 존재감 없는 이가 저명한 상대방과 어떤 식으로든 연결해 동등하게 되고 싶은 마음을 말한다.

이명재 목사(본 신문 발행인, Ph. D)

유시민에 대해 심재철이 거는 태클은 이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유시민 입장에서는 일일이 대꾸할 게 아니라 무시하고 넘어가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다. 걸어온 길을 보면 그 사람의 대강을 알 수 있다. 심재철에게는 삶에 대한 팩트 체크가 필요할 때이지 싶다.

발행인 lmj2284@hanmail.net

<저작권자 © 김천일보 김천iTV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