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철학박사)
거짓말이다. 글쓰기가 즐겁다니!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위한 홍보성 말일 가능성이 많다. 글쓰기를 즐겁고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도대체 어디 있을까? 있다고 해도 그것은 소수 아니 극소수에 지나지 않을 게 뻔하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해 보자. 글쓰기 즐거울 수 있다. 재미있게 쓸 수 있다. 다만 방법을 몰라 글쓰기를 싫어하고 두려워한다. 길을 몰라 방황하게 되는 이치와 같다. 갈 길만 안다면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먼저 글쓰기의 중요성부터 따져보자. 글쓰기가 왜 중요한가. 사람들은 자기가 갖고 있는 생각들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고 싶어 한다. 매슬로우(Abraham Maslow)의 욕구이론에 의하면 3단계의 인정받고 싶은 심리와 통할 것이다.
전달에는 두 가지가 있다. 말로 전달하는 것과 글로 하는 것. 이 둘 중 말은 일회성으로 그치는 반면 글은 반영구적이다. 자신의 사고(思考)를 당대뿐 아니라 오래도록 전달되기를 원한다면 글로 남기는 게 좋다. 말이 아닌 글을 통해 소크라테스를 만나고 공자를 만나고 있다.
이런 생각을 해 본 적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말도 잘 하고 글도 잘 쓰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이건 지나친 욕심이다. 절대자는 한 사람에게 이 두 가지 기술을 다 허락하지 않으신다. 한 가지라도 잘 할 수 있으면 감사할 일이다.
『관촌수필』의 작가 이문구는 어휘의 조련사란 말을 들었다. 지금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니지만 그의 글쓰기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반면 말하기는 무척 힘들어 했다. 강연에 초청되기라도 하면 땀을 뻘뻘 흘리면서 어렵게 시간을 때워서 보는 이를 안쓰럽게 했다.
또 다른 사람의 예는 그 반대다. 이름은 거명하지 않겠다. 그의 연설을 들으면 정말 마음이 동(動)한다. 그러나 그의 글쓰기 실력은 거기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띄어쓰기와 맞춤법 등 기본적인 것부터 비문 투성이인 그의 글을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글쓰기 방법을 몰라서 나온 현상임은 물론이다. 전통적으로 글쓰기에 필요한 요소로 3다(多)를 이야기한다. 다독(多讀) 다작(多作) 다상량(多商量)이 그것이다. 중국의 문사 구양수(歐陽修)가 한 말이다. 구체성이 다소 결여된 말이지만 이건 진리에 가깝다.
많이 읽어야 한다. 정보화시대여서 책 읽기의 양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 책도 책 나름이다. 아무 책이나 읽어서는 안 된다. 오랜 기간 사람들에게 읽히고 사랑 받아 온 동서양의 고전 읽기를 권한다.
다작은 글을 많이 쓴다는 것인데 말처럼 쉽지 않다. 막상 글을 쓰려고 하면 망망대해에 떠 있는 돛단배처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 먼저 두 가지를 권하고 싶다. 책을 읽으면서 메모하는 습관을 기르고 일기를 쓸 것. 초보적인 글쓰기가 된다.
세 번째는 다상량(多商量)이다. 많이 생각하는 것이다. 상상은 사람을 자유하게 한다. 아무 것이나 좋다. 그러나 정말 좋은 것은 정서를 풍성하게 하는 것들이다. 인과 관계를 구성해 생각해 보는 것이다. 얼마나 많은가. 그 중심에 진선미(眞善美)가 자리하면 좋다.
이명재 / 김천일보 발행인, 철학박사 |
사랑 봉사 양보 이해 등을 생각하고 실천하면 글쓰기의 소재가 무궁무진하게 쌓인다. 전문 작가는 경험하지 않은 것도 잘 써야 한다. 그러나 일반인은 경험한 것을 복기해서 글로 다듬어내는 일부터 하면 된다. 어렵지 않게 쓸 수 있다. 글쓰기는 여기서부터 출발하는 것이다.
이명재 lmj228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