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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시평 - 붉은 목도리에 빨간 운동화

기사승인 2019.02.18  23:2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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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철학박사)

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철학박사)

역설의 세상이다. 반어의 사회다. 아니, 상징의 조화라고 해야 할 것 같다. 붉은 색은 정치적으로 볼 때 공산당을 상징한다. 마르크스 레닌의 이론에 근거해서 공산주의를 지향하던 나라들이 목적지에 도달해 보지도 못하고 주저앉았다. 

소련이 분해되기 전엔 온전한 공산주의를 추구하는 나라들이 몇 있었다. 1990년 초, 소련의 붕괴와 동구권의 몰락으로 공산주의는 전설 속의 한 장(章)으로만 남게 되었다. 감정적 판단이야 각인 자유겠지만 이성적으로 볼 땐 그렇다는 얘기다.

보수와 극우가 섞여 있는 한 정당은 자당의 상징 색을 붉은 것으로 정하고 있다. 역설 내지 반어라고 표현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난 세기까지만 해도 붉은 색을 좋아하다가는 공산주의로 몰리기 십상이었다. 분단의 아픔이 그만큼 컸다.

레드 컴플렉스는 사람들을 옥죄는 칼이었다. 여기에 걸려 인생이 파탄난 사람들이 드물지 않았다. 시인 천상병, 작곡가 윤이상, 인혁당, 남민전, 민청학련에 이르기까지 숱은 사람들이 붉은 색의 희생물이 되었다. 이념이란 이렇게 무서운 것이다.

송언석 국회의원의 요즘 치장이 눈에 띈다. 붉은 목도리에 빨간 운동화다. 동안(童顔)의 얼굴까지 떠올린다면 영락없이 붉은 목도리의 소년이다. 자유한국당에 흠뻑 젖어 있는 미(美) 소년 같다. 언행도 거기에 딱 어울린다. 청치 초년생답지 않게 농익어 있다.

이철우 도지사를 닮아가는 것일까. 정장에 운동화, 열심히 일하는 도지사를 연상하게 만들고 싶었을 것이다. 이런 어울리지 않는 차림도 사람들에게 자신을 각인시키는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런데 나의 솔직한 생각은 좀 다르다.

연령대가 상대적으로 높은 농촌이 포함된 중소도시에선 붉은 색이 원하는 만큼 주민들에게 투사되지 않는다. 붉은 목도리보다 차라리 평범한 차람이 좋지 않을까.

붉은 색 치장보다 더 의아한 것이 있다. 송 의원의 사고(思考)이다. 보수 정당이라고 해서 젊고 개혁적인 마인드가 필요 없는 게 아니다. 수구적 사람들이 우글거리는 동네에서 미래지향적 생각은 조직의 조화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붉은 목도리를 착용한 송언석 의원(By 송언석 의원 블로그 사진)

그런 송 의원을 기대했다. 기대와는 달리 그는 수구(보수가 아닌!)를 대변하는 일에 충실했다. 며칠 전 한 모임에서 그의 말을 듣고 적이 실망했다. 기대가 큰 탓이었을까. 1948년 건국절을 언급하며 그 이전엔 국가가 없었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국가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국민, 주권, 영토가 있어야 한단다. 행정학 교재에 나오는 말이다. 제국주의 하의 특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발언이다. 일제시대엔 영토가 없었으니 국가라고 할 수 없다? 식민사관에 젖어 있는 사람들의 논리이다.

역사를 모르는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과 같은 궤의 발언이다. 이른바 뉴라이트 부류의 사람들이 주장하는 것 아닌가. 대한민국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잇고 있다고 헌법 전문에 분명히 밝히고 있다. 임시정부를 부정하면 일제 강점기 우리는 없는 것이 되고 만다.

이런 논리를 만들어 낸 사람들이 있다. 일본의 극우파들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한국을 지배하는 동안 경제가 많이 진전되었다고 주장한다. 철도가 놓이고 광산이 개발되고, 곡창지대가 늘어나고, 공장이 서고…. 이른바 식민지 근대화론이다.

경제학 박사 출신 송언석 의원의 역사 인식이 이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게 놀랍다. 한국의 극우는 보수의 끝 지점에 위치해 있다. 보수도 대일 관계에서만큼은 한민족의 보편적 반일 정서에 동승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극우는 그렇지 않다. 일본 극우와 일란성 쌍생아처럼 보인다. 정말 부끄럽고도 슬픈 일이다.

지금 전당대회 당대표 선출 문제로 자유한국당엔 붉은 색이 진동한다. 전도양양한 송 의원이 이 물결 속에 휩쓸려 존재감을 확인하려는 것 같아 안쓰럽다. 붉은 목도리를 하고 빨간 운동화를 신고 바쁘게 움직이는 송 의원이다. 어쨌든 움직인 것 이상으로 결과가 쌓이기를 바랄 뿐이다.

발행인 lmj2284@hanmail.net

<저작권자 © 김천일보 김천iTV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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