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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칼럼] 정말, 누구를 위한 사드였던가?

기사승인 2018.09.21  08: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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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밥 우드워드의 신간 <공포 : 백악관의 트럼프>에 나타난 사드 배치 막전막후

정욱식(평화네트워크 대표)

문재인 정부 초기에 사드는 말 그대로 '뜨거운 감자'였다. 대선에서 재검토를 약속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과 박근혜-황교안 정권 및 미국의 '속도전'이 맞붙는 형국이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중국은 문재인 정부의 사드에 대한 입장을 양국 관계의 풍향계로 삼고 있었고, 북한은 사드 갈등을 틈타 "국가핵무력 건설"을 향해 폭주를 거듭하고 있었다.

이 와중에 국내 언론은 지난해 6월 중하순에 주목할 만한 보도를 쏟아냈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6월 8일 렉스 틸러슨 당시 국무부 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사드 배치가 지연되고 있다"는 보고를 받고선 격노했다는 것이다. 일부 언론은 "심한 욕설도 많이 섞여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보도는 미국 방문을 앞두고 있었던 문 대통령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트럼프가 사드 배치 지연에 격노했다는 것은 사실일까? 당시에도 석연치 않은 점들이 있었다. 우선 사드 배치는 '지연'은 고사하고 오히려 '속도전'을 방불케 하는 상황이었다. 미국은 지난해 3월 6일 야밤을 틈타 오산 공군기지에 사드 발사대 2기를 몰래 반입한 데 이어, 4월 26일에는 성주 골프장에 2기의 발사대와 레이드 등 핵심 장비를 기습 배치했다.

이는 2016년 말에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 사령관이 사드 배치까지 8~10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밝힌 것보다 훨씬 빠른 것이었다. 또한 3월 하순 한국을 방문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수행 참모진은 "사드 배치는 한국의 다음 정권 때 결정될 일"이라고도 했었다.

이러한 속도전의 배경에는 김관진 당시 청와대 안보실장이 한국의 새로운 정부 출범 이전에 사드 배치를 마무리해야 한다며 미국을 설득한 것이 주효했다. 트럼프가 사드 배치 지연에 격노했다는 보도는 이러한 상황과 맞지 않는 것이었다. 

무엇보다도 트럼프는 지난해 4월 중하순 두 차례에 걸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사드 구매 비용 10억 달러를 "한국이 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연이어 강조한 바 있다. 그런데 상황은 트럼프의 뜻대로 전개되지 않았다.  

김관진과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4월 30일 전화통화를 갖고는 "한국이 부지·기반시설을 제공하고, 사드 체계의 전개 및 운영·유지 비용은 미국이 부담한다"는 기존 합의를 재확인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에서 이 기사를 읽은 트럼프는 맥매스터에게 전화를 걸어 "한국이 적정 몫을 부담하도록 만드는 노력을 깎아내렸다"며 강하게 질타했다.

즉 트럼프가 격노한 이유는 사드 배치가 지연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10억 달러에 달하는 사드값을 한국에 물리라는 지시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었던 데에 있었다. 밥 우드워드의 신간 <공포 : 백악관의 트럼프>에 담긴 내용도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해준다.

책에 따르면 트럼프는 2017년 봄에 자신의 집무실에서 맥매스터를 만났다. 책에는 정확한 시점이 나오지 않았지만, 여러 가지 정황을 종합해보면 4월 20일 전후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는 맥매스터에게 "한국이 사드 비용을 지불했는지" 물었다. 그러자 맥매스터는 "우리가 지불했다"고 답했다. 트럼프는 "그건 옳지 않다"며 좀더 자세히 알아오라고 지시했다. 

펜타곤을 찾아가 자문을 들은 맥매스터는 다시 트럼프에게 보고했다. "그것은 사실 우리에게 매우 좋은 합의입니다. 그들은 우리에 그 부지를 99년간 무상으로 임대해줬습니다. 사드 시스템과 설치 및 운영비는 우리가 부담하지만 말입니다." 

이에 트럼프는 격노하며 "나는 그것이 어디로 가는지 보고 싶다"고 말했고, 맥매스터는 성주 골프장이 포함된 사드 배치 지도를 보여줬다. 그러자 트럼프는 "이것은 쓰레기 땅이다"며 "(한국 사드 배치는) 끔찍한 합의다. 누가 이 합의를 협상했느냐? 어떤 천재가? 그것을 빼라. 나는 그 땅을 원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특히 "10년간 100억 달러가 들지도 모르는데, 미국에 있지 않다"며 "그것을 빼서 포틀랜드에 배치하라"고 말했다.

<공포>에 따르면, 트럼프는 작년 7월 20일에 펜타곤 '탱크'에서 있었던 외교안보 수뇌부와의 회의를 비롯해 여러 차례에 걸쳐 사드 문제를 거듭 제기했다. 왜 사드값을 한국이 지불하지 않고 있느냐고 말이다. 

7초 이내와 사드 

그렇다면 미국의 국가안보팀은 왜 한국에 사드 배치를 중시한 것일까? 이에 대한 답은 <공포>에 담긴 트럼프와 매티스의 언쟁에서 찾을 수 있다. 2017년 9월 트럼프가 한미 FTA를 파기하려고 한다는 소식을 접한 매티스는 백악관을 찾아가 트럼프를 설득하려고 했다. 그는 한미 FTA가 파기되면 동맹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재고를 요청했다.

그러자 트럼프는 사드 문제를 꺼내들었다. "왜 미국이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는 데에 연간 10억 달러를 써야 하느냐"고 물었다. 매티스의 답변은 이랬다. "미국은 한국을 위해 이것(사드 배치)을 하고 있는 게 아닙니다. 사드 배치는 우리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에 한국을 돕고 있는 것이죠." 

이게 무슨 뜻일까? 이와 관련해 우드워드는 미국은 한국에서 극비에 해당하는 '특별 접근 프로그램(Special Access Programs)'을 운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리곤 이 작전 덕분에 "미국은 북한이 미국을 향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시 미국은 7초 이내에 탐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알래스카에선 15분이나 걸린다"며, 이러한 엄청난 차이는 "미국으로 하여금 북한의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한다"는 설명과도 덧붙였다. 이를 두고 우드워드는 "미국 정부에겐 이것이 가장 중요하고도 비밀스러운 작전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별 접근 프로그램'과 사드와의 관계를 명확하게 기술하지는 않았다. 자세한 내용은 공개하지 말아달라는 취재원들의 부탁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의 문맥과 미국 정부의 문서를 종합해보면 '북한의 ICBM 발사시 7초 이내에 탐지가 가능하다'는 분석은 사드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국 군부는 사드와 함께 성주 소성리에 배치된 AN/TPY-2 레이더를 업그레이드해 미국 본토 방어용으로도 이용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이러한 업그레이드가 진행 중이거나 완료되었다는 정보는 아직까지 없는 상태이다. 결국 <공포>에 담긴 사드 관련 내용은 '누가를 위한 사드인가'라는 질문을 새삼 떠올리게 한다.     

편집부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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