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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시평 - 남북정상회담, 가장 큰 추석 선물

기사승인 2018.09.19  08: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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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철학박사)

         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철학박사)

고등학교 다닐 때였습니다. 어느 날 밤 꿈을 꾸었습니다. 7.4 남북공동성명이 발표되고 난 뒤의 일 같습니다. 기차를 타고 평양을 가는 꿈이었습니다. 아직 사고(思考)가 성숙되기 전이었고, 가치 판단의 능력이 온전하지 못할 나이에 왜 그런 꿈을 꿨는지 모르겠습니다. 

돌아가신 어머니가 모시 저고리에 검은 치마를 입고 맞아 주셨습니다. 그것도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어머니는 반도 남쪽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생을 마치신 분입니다. 흔히 꿈은 반대라고 하지만 그때 꾼 꿈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걱정이 되었습니다. 잠결에서도... .

차창 밖으로 보이는 북한의 정경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아이, 기와지붕 위로 피어오르는 굴뚝 연기, 소를 몰고 가는 촌로, 조금 더 가니 영업용 택시까지 보이더군요. 나지막한 야산은 눈에 그렇게 설지 않았습니다.

통일에의 꿈은 역시 꿈의 영역을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7.4 남북 공동성명(박정희 김일성)이 나오고, 6.15 남북 공동선언(김대중 김정일)이 발표되었지만 현실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노무현 김정일)도 왠지 막연하게만 느껴졌습니다.

이명박 박근혜 집권기는 통일의 징검다리까지 제거되었습니다. 금강산 관광 중단과 개성공단 폐쇄가 대표적 아니었습니까. 지구 유일의 분단국, 한민족은 미련한 사람들이란 소리를 들어도 쌉니다. 외국인들에게 'Korean'이라고 말하면 'South'냐 'North'냐 부가 질문을 꼭 받아야 하는 우리입니다.

사람은 상반되는 두 개의 속성을 동시에 갖고 있습니다. 하나 되고자 하는 속성과 분리하고자 하는 속성이 그것입니다. 분명한 것은 전자는 겸손한 마음의 결과이고, 후자는 교만과 탐욕의 결과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한반도엔 교만한 사람들로 득실대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지금의 상황이 역사 흐름의 순리인가요? 문재인 정부가 들어 선 후 남북 관계는 180도 바뀌었습니다. 이전에는 감히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이런 것을 두고 상전벽해(桑田碧海)라고 하지요. 편견에 묶여 있는 사람들은 붉은 안경의 눈으로 보겠지만 남북의 양 지도자가 코드가 맞는다고 하겠습니다.

지금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하고 있습니다. 통일의 물꼬를 터주면 얼마나 좋을까요. 두 지도자가 주고받는 대화에서 신뢰의 싹을 봅니다. 발전된 나라에 비하면 초라하고 수준이 낮을 수 있어도 성의를 다 했으니 마음을 받아달라는 김정은의 말에 최고의 영접이라고 문 대통령이 화답합니다.

'2018남북정상회담평양'의 첫날인 18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이 평양 순안공항에서 백화원으로 이동하는 동안 차량에서 평양 시민들에게 손 흔들어 인사하는 장면이 서울 중구 DDP 메인프레스센터에 중계되고 있다.[사진=연합]

항간에 통일의 기운에 재를 뿌리려는 자들이 있습니다. 문재인을 빨갱이 공산주의자로 매도합니다. 이 사회가 부여한 굵직한 직함들을 갖고 있는 사람들 중에서도 그런 이들이 없지 않습니다. 반 통일론자들입니다. 남북의 통일로 잃을 게 있는 사람들입니다. 이 사회에 일베류가 발붙이고 있다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임을 말해 줍니다.

통일은 우리의 지상 과제입니다. 어떤 통일도 선(善)이라고 했던 민족주의자 장준하 선생의 말이 좀 과했다고 해도 그 속에서 통일에의 절박함을 읽을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남북의 정상이 만나 회담을 한 후 식사를 하고, 함께 공연을 관람하는 것은 작은 차이를 극복하고 통일을 향해 하나 되려는 행보입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도 염려되는 것이 있습니다. 한반도를 둘러싼 4대 강국들의 입장입니다. 이들 나라는 남북통일을 상수가 아니라 종속 변수로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분단이 통일보다 자기 나라에 득이 된다면 지지하지 않을 게 뻔합니다. 훼방을 놓을 수도 있습니다.

이들 나라 중 미국의 태도를 예의주시하게 됩니다. 미국은 우리의 남북관계에 강력하면서도 직접적인 힘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나라 아닙니까. 문재인 대통령의 방북을 겉으로는 지지하는 것 같지만 속내가 다소 불편하다는 분위기가 읽혀집니다. 약소국의 설움이라고나 할까요.

이런 악 조건 하에서도 문재인-김정은의 회담이 통일의 청신호가 되면 좋겠습니다. 합의문에 남북이 공통으로 염원하는 내용이 담기기를 바랍니다. 대통령을 중심으로 방북한 2백 여 명의 방문단의 면모들을 살펴 볼 때 의례적 방문, 순간적 카타르시스용으로 그쳐서는 안 될 것입니다.

며칠 있으면 우리 한민족의 큰 명절 한가위입니다. 반세기 여 전에 한 어린 학생이 북한을 여행하는 꿈을 꾸었습니다. 그야말로 꿈입니다. 지금 우리의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하고 있습니다. 꿈이 아닌 엄연한 현실입니다. 꿈만 같은 현실입니다. 통일의 물꼬가 되면 좋겠습니다. 한민족 모두에게 이것보다 더 큰 추석 선물이 있을 것 같지 않으니까요.

발행인 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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