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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남산에서 우정을 발산하다

기사승인 2018.09.15  01:2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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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오후 4시 30분에 서울역에 도착했으니 매우 이른 시각이다. 서명석의 딸 결혼식은 오후 7시, 그랜드 하얏트호텔 야외예식장이라고 했다. 외우(畏友) 양승관이 도착 시간에 맞춰 역으로 나와 주었다.

"남산 가 본지 오래지?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까 한 번 돌면 어떨까."

승관의 말에 장단을 맞추었다. 그래야 할 것 같았다.

"좋지. 택시를 탈까?"

"아니, 그럴 필요 없어요. 402번 시내버스를 타면 바로 남산을 거쳐 가니까“

승관은 남산 길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읽고 있었다. 예전에 거래처가 남산 중턱에 있었던 이유가 크다고 했다.

그에게 나를 맡기고 따라만 갔다. 버스는 정말 오래간만에 타 본다. 타는 문과 내리는 문 그리고 요금 등 모든 것이 생소하다. 친구가 카드로 내 것까지 계산했다.

우린 남산도서관 앞에 내려 시내를 내려다보며 늦여름 정취를 즐겼다. 가을 단풍 때 일부러 한 번 오라고 했다. 내장산 부럽지 않다고 했다. 벚꽃 필 봄철엔 화려한 것이 여의도 벚꽃 길에 뒤지지 않는다고도 했다.

갓을 쓴 한복 차림의 다산(茶山) 선생이 우리를 맞아 주었다. 기분 좋았다. 그의 동상 앞에서 기념으로 사진 한 컷을 찍었다. 퇴계 이황 동상을 지나 도보로 과학탐구관(옛 어린이회관 건물)까지 갔다. 길은 약간 오르막이었다. 승관인 나의 보호자가 되어 천천히 걸어 주었다.

길 중간에 이색적인 것이 눈에 들어왔다. '다람쥐문고'라는 푯말이 붙어 있었다. 다람쥐가 밤과 도토리를 찾듯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책을 보도록 권장하는 아이디어로 출발한 것 같다. 평소 내가 꿈꾸던 것이다. 가까운 곳에 책을 비치해 두고 쉽게 손에 잡게 만드는 것... . 그러나 아쉽게도 책장만 덩그러니 자리하고 있지 책은 한 권도 남아 있지 않았다. 다람쥐들이 다 물고 간 걸까?

안중근 의사의 동상이 우뚝 서 있었다. ‘대한국인 안중근’이란 표지 글에서 늠름한 기상을 읽을 수 있었다. 또 그 옆엔 안 의사가 쓴 글씨가 돌에 음각되어 우뚝 서 있었다. ‘견리사의 견위수명(見利思義 見危授命)’ '국가안위 노심초사(國家安危 勞心焦思)'란 내용이었다. 잘려나간 약지와 새끼손가락의 수인(手印)이 그분의 우국충정을 말해 주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눈에 잡히는 것 하나 하나가 우리의 역사요 교육의 장이란 생각이 들었다. 역사를 모르는 민족은 미래가 없다. 이 말을 개인에게 맞춰 얘기하면, 역사를 모르는 사람은 그만큼 우둔한 삶을 살 수밖에 없다는 것이 된다.

일부러 남산 길을 걷기는 몇 십 년만의 일인지 모르겠다. 친구 승관의 배려가 아니었다면 이런 기회를 영원히 만들지 못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우정이란 이런 것인가. 따뜻함과 든든함!

남산에는 요소요소에 많은 것들이 산재해 있지만 역시 상징물은 남산타워다. 그 탑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 주며 승관인 '기념'이란 단어에 힘을 주었다. 서녘엔 뉘엇 뉘엇 황혼으로 물들고 있었다. 우리의 가까운 미래도 저기에서 그렇게 멀지 않겠지.

멀리 뒤로 남산타워를 배경으로 넣고 기념사진 한 컷을 남겼다. 이제 언제 다시 찾게 될지....

야외 매점으로 가서 아메리카노 아이스커피 한 잔씩을 시켰다. 시원함에 얹힌 커피 향이 폐부를 찔렀다. 우정을 생각했다. 계산되지 않은 친구 간의 사랑, 이것이 고등학교 동기에게서 더 짙게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

이명재 lmj2284@hanmail.net

<저작권자 © 김천일보 김천iTV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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