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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대학생 그리고 우리의 미래 - 2학기를 시작하는 대학생들에게

기사승인 2018.09.01  19: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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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철학박사)

 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철학박사)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다. 변화의 주기를 10년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농본 사회에서 나온 말이다. 이 말은 더  이상 쓰이지 않는다. 하루가 멀다 하고 변하는 요즘이다. 쌍둥이도 앞뒤가 세대 차를 느낀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세상이 급변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말이다.

이런 시대 상황 속에서 여러분들은 대학을 다니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지금을 정보화 시대를 지나 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라고 한다. 농업을 제1차,  공업이 제2차, 인터넷을 비롯해 정보화로 대변되는 제3차, 그것의 심화인 제4차 산업혁명... .

이러한 흐름 속에서 우리 인간은 무엇인가? 대학생은 어떤 존재인가? 어떻게 사는 것이 바람직한 삶일까. 현 사회의 두 가지 특징을 말할 수 있다. 개별화와 기계화가 그것이다. 인간관계가 무너져도 살아갈 수 있다. 제2차 산업혁명 때까지는 인간관계가 단절되면 살아갈 수 없었다. 로빈슨 크루소를 가장 경계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사이버 공간에 들어가면 관심거리가 무궁무진하다. 떨어져 홀로 있어도 전혀 외롭지 않다. 오히려 더 편안하게 느낀다. 개별화가 오늘의 사회 현상을 특징 짓는 이유이다. 개별화는 이기주의의 벗이다. 자기 이외의 것을 생각하기 싫어한다. 오로지 나 중심이다.

이웃에 사람이 죽어가도 관심이 없다.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자신에게 작은 유익이 있다면 생명 하나쯤이야 없어져도 무방하다. 개별화는 사회를 삭막하게 만든다. 인정(人情), 사랑, 양보, 봉사 등의 가치는 거추장스럽다. 울림 없는 구호에 불과하다고 여긴다.

<이방인>이라는 소설이 있다. 프랑스의 실존주의 작가 알베르 카뮈(Albert Camus)의 작품이다. 여기서 주인공 뫼르소는  어머니의 사망에도 도무지 슬픈 감정이 없다. 장례를 치르고, 아랍인을 총으로 쏘아죽이고, 재판을 받고 사형을 선고 받는다. 그는 장례를 치른 다음 날 사무실 여직원과 밤을 함께 보낸다. 죽음은 죽음이고 생리적 욕구는 어머니의 죽음과 관계없이 충족되어야 한다는 식이다. 지극히 이기적이다.

개별화와 더불어 또 하나의 시대 상황은 기계화이다. 이것은 근대 산업화의 특징이기도 한데, 여기서는 사람이 기계의 부속품처럼 되는 현상을 말한다. 기계화는 개별화와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기계의 톱니바퀴처럼 조금의 틈도 없이 꽉 짜여진 생활을 강요받는다.

'강요받는다'라고 했는데, 이것은 사회 환경이 그렇게 만든다는 뜻이다. 지난 세기 말까지만 해도 세계는 이데올로기 측면에서 두 축으로 나뉘어 있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자본주의 국가들과 소련(해체됨) 중심의 공산주의 국가들로 양분되어 있었다. 이 두 그룹이 긴장 관계에 있는 것을 두고 '냉전(cold war)'이라고 불렀다.

그런 양 구도가 소련의 해체와 동구(東歐)의 몰락으로 무너지고 말았다. 자본주의 중심 국가인 미국이 세계를 제패하게 된 것이다. 마르크스 이론에 의하면, 지금 공산주의 이전 단계에 머물러 있는 나라로 중국과 북한 쿠바 정도를 들 수 있다. 그러나 이들 나라도 개방개혁 정책으로 자본주의의 요소를 많이 수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역사는 대립되는 이데올로기가 상호 견제하며 경쟁 보완할 때 발전하는 것인데, 한 축(공산주의)의 붕괴로 이것이 어렵게 되었다. 세계 경찰을 자임하는 미국은 무소불위(無所不爲)의 힘을 행사하며 맹주 국가로서 입지를 확고히 하려 한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것이 신자유주의(Neo-liberalism)다.

신자유주의는 경쟁을 기초로 하고 있는 이즘(ism)이다. 19세기에 나온 고전적 자유주의(Classical Liberalism)의 단점을 보완하고 공산주의에 대항하려는 의도로 제기된 신자유주의는 역설적이게도 공산주의가 소멸해 갈 때 더 맹위를 떨친다. 제국주의 지배 이데올로기의 한 단면을  알 수 있다.

신자유주의는 승자 독식의 결과를 가져오게 한다. 강자는 더욱 강해지고 약자는 더욱 약해지는…. 더불어 살아가도록 만들어진 사회가 양극화 현상으로 일그러질 수밖에 없다. 이런 현상은 경제뿐 아니라 사회 전반으로 확산된다. 이 흐름에는 제동 장치마저 없다. 정치 사회 문화 심지어 종교까지도 부익부 빈익빈이 가속화된다.

여기에 인정과 사랑이 피어오르기를 바라는 것은 산에 올라 낚싯대를 드리우는 것과 같다. 대학도 예외가 아니다.구조 조정되어 10 여 년 뒤 사라질 운명에 처해 있는 대학이 전체 절반이나 된다는 보고도 있다. 학생과 교수 그리고 재단이 삼위일체를 이루어서 극복해 나가야 할 것이다.

자, 지금부터 우리 이야기를 해 보자. 대학생인 여러분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학교가 살고, 지역이 나아가 나라가 발전하게 된다. 그 무엇보다 여러분 개개인이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다. 키(key)를 여러분 자신이 쥐고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정답은 없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 몇 가지를 제시함으로써 소임을 다 하려 한다. 제일 먼저 강조하고 싶은 것이 에너지(energy)가 충만한 사람이 될 것을 권한다. 이 에너지는 힘(power)과는 다른 것이다. 한자로는 기(氣)가 여기에 가까울지 모르겠다. 기독교에서 말하는 '은혜(grace)'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이 에너지는 자신으로 인해 주위가 밝아지고 맑아지며 아름다워지는 인자(因子)와도 같은 것이다. 예를 들어 자기 자신으로 인해 조직이 살아나고 발전하며 분위기가 따뜻해질 때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란 말을 듣게 된다. 실력도 필요하고 외양도 살펴야 하겠지만  오늘날 정녕 필요한 사람은 에너지가 충일한 사람이다.

두 번째로 정신적 자산을 축적할 것을 권하고 싶다. 물질적 자산이 돈이듯이 정신적 자산은 마음을 풍요롭게 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즉 마음의 양식이다. 지식 정보 교양 등 인간 삶에 꼭 필요한 것을 확보하는 일은 소중하다. 지성인이 되는 길이다. 이것을 위해 두 가지를 권한다. 간접 경험인 독서와 직접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여행이 그것이다.

'남아수독오거서(男兒須讀五車書)'라는 말이 있다. 두보(杜甫)의 시에 나오는 시구(詩句)인데 남자는 모름지기 다섯 수레 분량의 책을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당시 다섯 수레의 책이면 결코 적은 분량이 아니다. 물건은 돈으로 살 수 있고, 일을 시키기 위해 인부는 돈으로 해결할 수 있지만 교양은 직접 쌓을 수밖에 없는 특성을 갖고 있다.

또 ‘문사철(文史哲) 600’이란 말도 있다. 한 작가가 주장했다고 한다. 문학 관련 도서 300권, 역사 200권, 철학 100권의 책을 30 세 이전에 독파해 둔다면 삶에 크나큰 유익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학생인 여러분들에게 권하고 싶은 것은 추상적인 ‘남아수독오거서’보다 구체적인 ‘문사철 600’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다. 미술사학자 유홍준 교수가 그의 책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서문에서 한 말인데, 꽤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여행은 직접 경험이어서 많이 하면 할수록 안목이 넓어지고 교양이 풍부해진다. 대학 학창 시절에 뜻 맞는 친구와 배낭여행 다녀오기를 권한다. 떠나기 전, 여행할 곳에 대해 숙지(熟知)하는 것은 필수다.

세 번째는 외국어 하나 완전하게 마스터 해 두는 것이다. 영어는 세계 공용어 역할을 하고 있다. 지구 어디를 가든 영어로 대화가 가능하다. 이런 언어로 읽고 말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일류대학을 나오고 대기업을 다닌다 해도 영어 하나 제대로 못하면 대우 받기 어렵다.

대학 4년이면 충분하다. 영어를 체계적으로 공부해서 소통할 수 있는 무기로 삼자. 여러분들의 삶의 질이 달라질 것이다. 지성인 소리를 들으려면 여기에 한자(漢字) 실력까지 확보해 둔다면 더 할 나위 없겠다. 전통 유적지에 들릴 때 한자로 된 현판 정도는 읽고 해석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네 번째는 봉사를 많이 할 것을 권하고 싶다. 봉사는 이웃 특히 어려운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려는 마음이고 실천이다. 봉사할 때의 기본자세는 ‘베푼다’기보다 ‘얻는다’는 마음으로 임할 필요가 있다. 육체노동과 물질을 전하고 고귀한 정신을 얻는다면 그것보다 값진 일이 없을 것이다.

우리도 닮아가려고 하지만 구미(歐美)에서는 학과 공부만 잘 해서는 좋은 대학에 진학할 수 없다. 봉사 활동이 학과 공부만큼 아니 그것 이상으로 입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봉사는 사회 속의 나를 돌아보게 하고 세상을 바르게 살 수 있는 의미를 부여해 준다. 정기적으로 봉사활동을 하는 게 좋겠지만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 몰아서 하는 것도 괜찮다.

한 가지만 더 말하자. 인간은 절대자를 필요로 하는 존재다. 독일의 수리학자 비트포겔(Karl A. Wittfogel)은 중국인을 빗대어 절대자가 없으면 생존할 수 없는 민족이란 식의 말을 했다. 이건 중국뿐 아니라 인류의 보편적 성향이라고 해야 하겠다. 절대자를 황제나 군왕으로 상정하고 한 말이지만 왕은 유한자(有限者)이다.

이럴 때 요구되는 것이 신(God)이다. 위에서 말한 교양인 지성인이 되는 조건들을 열거했지만 이 조건들을 충족시키는 데 정신적 지주가 필요하다. 나를 관리 감독하며 바르게 살 수 있도록 인도하고, 어려울 때 정신적 위로자가 되어 힘을 줄 수 있는 분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나님이 이런 분이다.

이것 외에도 할 일이 많다. 건강을 크게 신경 쓸 나이는 아니지만 젊었을 때의 튼튼함이 장년 이후 건강한 삶에 기초가 된다는 점에서 체력을 길러야 한다. 취직 대학원 진학 등과 결부해서 성적들을 잘 받아야 하는데, 다른 것 없다. 예습과 복습을 착실히 하고, 결석하지 않고 성실하게 수업에 임한다면 성적은 잘 나오게 되어 있다.

지난 세기 한 재벌 총수는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이 세상은 준비된 자의 것이다. 사람은 가치를 추구하는 동물이다. 진선미(眞善美)도 좋고 자유와 정의 그리고 평화의 가치도 좋다. 이것들은 아가페 사랑이 전제되어야 한다. 바로 여러분들이 주인공이다.

발행인 lmj228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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