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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강경화 앞에서 '사드' 다시 꺼내 든 이유는?

기사승인 2018.08.24  12:5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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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욱식(평화네트워크 대표)

아세안 지역안보포럼(ARF) 때의 일이다. 이 회의에 참석한 한국의 강경화 외교장관과 중국의 왕이(王毅) 외교부장은 8월 3일에 별도의 회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왕 부장은 "사드 문제가 완전히 해결될 수 있도록 계속 관심을 가지고 노력해달라"고 요구했고, 강 장관은 "사드 문제는 북핵 문제가 해결됨과 동시에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양측이 기존 입장을 되풀이 한 것이기도 하지만, 주목할 점도 있었다. 한중 양국은 작년 10월 31일 '협의 결과'를 통해 사드 갈등을 봉합키로 했었다. 한국 정부가 3불, 즉 사드 추가 배치와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제(MD) 참여, 그리고 한미일 3자 동맹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 주효했다. 그 이후 중국은 사드 문제 거론을 자제했었다. 그런데 왕이는 또다시 이 문제를 꺼내 들었다. 왜 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미국 군 당국이 사드 업그레이드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러한 미국의 입장이 판문점 선언과 북미 공동성명을 통해 만들어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와 부합하지 않는다고 여기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의구심은 두 가지 근본적인 문제와도 연결된다.

하나는 미국이 또다시 중국 봉쇄와 견제를 위해 북한과의 합의 이행에 주저할 가능성에 대한 경계심이다. 중국은 오랫동안 미국이 MD와 같은 무기 프로젝트와 한미일 3자 동맹 추진을 위해 북한위협론을 악용한다고 의심해왔다. 최근 미국은 북미 공동성명 이행에는 미온적이면서 사드와 같은 MD는 대대적인 증강 계획을 밝히고 있는데, 이러한 움직임이 또다시 중국의 의구심을 호출하고 있는 것이다. 

또 하나는 과연 한국이 약속을 지킬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이다. 중국은 박근혜-황교안 정권의 기습적인 사드 배치 결정과 일부 배치, 대선 후보 때 재검토를 공약했던 문재인 정부의 임시 배치 등을 목도하면서 한국에 대한 신뢰에 대해 의문을 품었었다. 문재인 정부의 3불 입장 표명으로 신뢰는 부분적으로 회복되었지만, 최근 사드 업그레이드 소식이 전해지면서 또다시 중국이 한국의 입장을 묻고 나선 것이다. 

▲ 지난 3일 ARF 계기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가진 강경화(왼쪽)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 ⓒ외교부


사드 업그레이드? 

그렇다면 미국이 밝힌 사드 업그레이드의 구체적인 내용은 무엇일까? 6월 26일 새뮤얼 그리브스 미국 미사일방어청(MDA) 청장은 "외교가 성공하기를 기대하지만 동시에 우리는 필요한 역량 제공에 조금도 방심해서는 안 된다"며 사드 업그레이드 내용을 공개했다.

그리브스 발언을 소개한 6월 27일 자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주한미군 합동긴급작전요구(United States Forces Korea Joint Emergent Operational Need)'에 따라 이뤄지고 있는 업그레이드는 크게 세 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첫째는 한국 내 배치된 사드 포대와 패트리엇 포대 사이의 연동성 강화이다. 사드와 함께 배치된 AN/TPY-2 레이더에서 수집한 정보를 패트리엇 포대로 전달해 요격 정보로 활용하겠다는 것이 그 골자이다. 이와 관련해 그리브스는 올해에 이미 한 차례 이와 같은 시험을 했다고 밝혔다. 

둘째는 패트리엇을 업그레이드해 이를 사드 포대와 통합하는 것이다. 현재 주한미군은 패트리엇-3를 배치해놓고 있는데, 이를 현존 패트리엇보다 2배 가량 사거리가 길고 속도도 빠른 패트리엇-MSE로 업그레이드 하겠다는 것이다. 

셋째는 사드의 통신 장비를 향상시켜 사드의 요격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즉 원거리 통신 장비를 구비해 성주 사드 포대의 통제장치 말고도 원거리에서 통제할 수 있는 능력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당초 펜타곤은 미국의 MD 성능 향상 예산으로 8천100만 달러를 요구했다. 하지만 미 상원은 무려 2억8천400만 달러를 증액키로 했다. <블룸버그>는 이러한 증액분이 한국 배치 MD 역량 강화에 쓰일 것이라고 전했다. 

<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의 오보 

홍콩 매체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7월 17일 자 기사를 통해 상기한 사드 업그레이드는 북한을 구실로 삼아 중국을 겨냥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 이후 중국의 일부 매체들이 이를 인용 보도하면서 중국 내에서 사드 경계심이 또다시 높아졌다. 왕이 부장이 강경화 장관에게 사드 문제를 거론한 데에는 이러한 속사정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전문가의 말을 인용 보도한 내용 가운데 사실관계가 틀린 것이 있었다. 이 매체는 홍콩의 군사 평론가인 송종핑을 인용해 "사드 업그레이드를 통해 사드의 작전 범위가 200km에서 800km로 확대되어 중국 인민해방군의 로켓군이 주둔한 중국 북부까지 다다르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업그레이드의 궁극적인 목표는 인민해방군의 극초음속 탄도미사일을 포함해 중국의 중거리 저고도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는 송종핑의 주장을 인용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현재로서는 잘못된 것이다. 이 매체가 보도한 200km는 현존 사드의 요격미사일의 사거리를 가리키고, 800km는 미국의 연구개발하고 있는 '확장형 사드(THAAD-ER)'의 사거리를 의미한다. 그런데 MDA가 밝힌 한국 배치 사드의 업그레이드 계획에는 '확장형 사드'를 배치하겠다는 내용이 없다. 또한 이 요격미사일은 현재 연구개발 단계에 있어 조속한 배치도 어려운 실정이다. 

결론적으로 중국이 최근 공개/비공개적으로 한국에 사드 문제를 제기한 데에는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지 않은 상태에서 과민반응을 한 것이라 할 수 있다. 2016~17년 한중관계 악화의 배경에는 한미 양국의 사드 배치 못지않게 중국의 과잉대응, 특히 사드 배치 결정과 무관한 사람들을 겨냥한 보복 조치의 책임도 컸다. 중국은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과도한 대응을 자제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최근 중국의 과민반응에는 미국의 책임도 있다. 북미공동성명 발표 2주만에 사드를 비롯한 MD 업그레이드 계획을 발표한 것은 문제 해결을 향한 미국의 진정성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었다. 특히 그리브스는 MD 업그레이드 계획을 밝히면서 "극초음속 무기가 적대국들의 무기고에 추가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며 "극초음속 무기 방어가 최우선 과제가 됐다"고 밝혔다. 

그런데 북한이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에 나섰다는 소식은 전혀 없다. 반면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워왔다. 액면 그대로 본다면 사드를 비롯한 MD 업그레이드가 중국과 러시아의 극초음속 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을 불러올 수 있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올해 들어 한반도의 평화분위기와는 달리 미국, 중국, 러시아 등 강대국들의 군비경쟁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북한위협론은 MD를 비롯한 미국의 군비증강의 변함없는 구실로 이용되고 있고, 중국과 러시아는 MD를 무력화하기 위한 무기 개발에 여념이 없다. 한국이 또다시 강대국들의 군비경쟁과 전략적 경쟁의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각별한 관심과 노력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편집부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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